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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주당 오만 혁파할 리더십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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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한명숙 민주당 대표가 어제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신속한 사퇴는 옳은 판단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믿을 만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새로운 리더십으로 당을 재정비하라는 것이 민심의 명령이다.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민주당 일부에서는 ‘패배가 아니다’는 자기합리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 대표의 사퇴를 만류하는 신중론은 같은 맥락이다. 바로 이런 오만이 민주당의 총선 참패 원인이었다. 최근 사회적 분위기와 이를 반영한 여론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민주당은 새누리당에 참패했다. 한 대표의 퇴임사처럼 국민의 기대를 받아 안지 못했고 열망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오만은 안이한 판단을 초래했고, 나태와 무능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MB 실정에 대한 비판여론에 올라타 ‘감이 떨어지기만 기다린’ 것이 사실이다. 한국 정당학회 교수를 상대로 한 조사 결과 ‘정책 면에서 민주당이 잘했다’는 평가(21%)는 ‘새누리당이 잘했다’는 평가(45%)의 절반에 불과했고, ‘공천 면에서 민주당이 잘했다’는 평가(11%)는 ‘새누리당이 잘했다’는 평가(60%)에 턱 없이 모자랐다. 그러니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찍고 싶어도 찍을 사람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흔들리는 리더십’이었다. 민주당은 온갖 야권 세력을 전부 끌어모았기에 특히 중심을 잡아가는 리더십이 절실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진보당 눈치를 보느라 전화여론 조작 파문을 일으킨 이정희 대표에게 끌려다녔다. ‘나꼼수’ 눈치를 보느라 김용민에게 공천을 주었고, 막말파문에 여론이 경악하는데도 아무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반MB세력을 얼기설기 모아놓는 것이 야권연대가 아니다. 야권연대를 했다고 무조건 표를 던지는 유권자들이 아니다. 민주당은 유권자를 무시하는 오만한 자세, MB 심판론에만 매달리는 안이한 전략, 진보에 치우친 포퓰리즘 정책 등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모두 혁파할 수 있는 새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4·11 민심을 따르는 길이자 거대 야당으로 국정에 책임 지는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