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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칼럼] 인생, 무엇이 되기보다 어떻게 사느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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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저는요, 커서 ○○가 될래요.” 아이가 어느 만큼 자라서 말을 받아 줄만하면 부모와 자식 간에 빠지지 않고 당연한 듯 행하는 놀이(?)다. 거기서 꼭 이어져 되돌아오는 게 있다. 아이의 되물음이다. “아빠! 아빠는 커서 무엇이 될 거예요?” 물론 어른의 이해로는 어이없는 질문임에 틀림없다.

[일러스트=박소정]

아빠가 커서 무엇이 될까? 직장에 다니면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인정받는 입장이라면 과장이 되고 부장이 되고 더 높은 간부로 승진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 조그마한 가게를 하고 있다면 좀 더 사업을 부흥시켜 돈을 더 많이 벌고 싶다고 해야 할까. 만약 대통령이라면, 대기업 총수라면, 유명한 TV스타라면,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인정받는 직업이라는 의사·변호사·대학교수라면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자기의 직업에 만족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직업에 만족한다 하더라도 ‘아빠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냐’는 아이의 물음에 ‘아빠는 지금 아빠가 하는 일에 만족하니까 더 이상 되고 싶은 게 없다’라고 말할 것인가.

 아이들의 꿈은 날이 갈수록 부풀기도 하고 어느 날 갑자기 변덕스럽게도 어떤 일에 대해 경멸하기도 한다. 남자아이들은 주로 경찰관, 군인, 로봇 만드는 사람이거나 로봇 자체가 되고 싶다는 아이도 있다. 여자아이들은 주로 선생님이나 간호사 언니를 꼽는다. 그러나 실제가 그렇듯이 어릴 적 자신의 꿈이 그대로 실현되는 경우는 드물다.

현대 사회는 수천, 수만 가지의 직업군이 있는데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수많은 직업들 중의 하나에 속해 살아가고 있다. 생각해 보면 어릴 적 우리의 꿈은 이것저것 무수히 많은 직업을 놓고 저울질했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 그러나 어릴 적의 꿈이 현재 우리의 생활과 꼭 부합하는가. 우리 아이들도 많은 직업을 전전한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아이가 수만 명이 될 테고, 국군 대장이 되고 싶다거나 과학자·우주인·선생님·간호사 혹은 어린 시절 시골 동네를 가끔씩 찾던 아이스케키 얼음과자 장수나 호박엿 장수, 뻥튀기 장수 등 어릴수록 그 꿈은 비현실적인 동경에 의해 시작된다. 멋있어 보이고 예뻐 보이고 좋아 보여서 세상의 무엇보다도 최고로 생각되는 것이다. 자신의 희망이야 자신이 키워 가면 될 수도 있고 또 수도 없이 바뀌기에 어릴 적 꿈은 그냥 귀엽게 봐줄 수도 있지만 부모가 아이한테 기대하는 바람은 또 다르다. ‘우리 아이는 반드시 ○○으로 키워야지’ ‘내가 이루지 못한 일을 우리 아이만은 꼭 하도록 하고야 말겠다’ 등 많은 부모들은 자신의 기대로 인해 아이를 모질게 닦달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가능성 차이는 종이 한 장보다도 얇다. 어릴 때부터 신동이라 불리거나 특출한 아이가 드물게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큰 차이가 없다. 어린아이에게 목적과 결과를 의식해 강요와 지시를 하기보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를 알게 하고 바르게 사는 방법을 일러줘야 한다. 목적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과정의 중요성을 도외시하면 그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한다 하더라도 바른 생을 영위하기는 어렵다. 세상을 사는 것은 무엇이 되기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아이가 바른 기본 생활 습관 속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하면서 배우고 익히며, 느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아이의 미래를 밝게 열어갈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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