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DNA를 깨우겠다 … 전자 부문 부활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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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일본 도쿄 소니 본사에서 히라이 가즈오 사장이 ‘원 소니(One Sony)’ 문구를 배경으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원 소니’란 스마트폰·TV·게임기·PC에서 콘텐트를 공유할 수 있도록 통합된 틀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히라이 사장은 이날 ‘소니 DNA의 부활’을 내세웠다. [도쿄 로이터=뉴시스]

“소니를 바꿀 것이고 소니는 바뀔 것이다.”

 12일 일본 도쿄의 소니 본사. 지난 1일 대표이사에 취임한 히라이 가즈오(52) 소니 사장은 기자회견 내내 ‘변화’라는 말을 반복해 사용했다. 그는 “소니가 바뀔 기회는 지금뿐”이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최고경영자(CEO)로서 향후 경영 방침을 밝히는 자리에서 이렇게까지 강한 위기감을 드러낸 데엔 이유가 있다. 소니는 히라이 사장의 첫 간담회를 앞둔 10일,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실적을 발표하며 적자액(당기순손실)을 5200억 엔(약 7조3000억원)으로 수정했다. 지난 2월 발표한 예상치(2200억 엔)보다 2.4배 늘어난 수치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히라이 사장 역시 “지난해 실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위기감은 구조조정 행보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날 히라이 사장은 “TV 부문에서 1만여 명을 감원하겠다”고 말했다. 소니 전 직원의 6%에 해당하는 숫자다. 8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TV 부문을 구조조정해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삼성전자와 합작 설립한 LCD 패널 제조사 S-LCD의 지분을 정리하는 것도 이 같은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2013년까지 TV 부문 비용을 지난해 대비 60% 수준으로 삭감할 계획이다.

 -TV 부문 흑자 전환 외에 소니를 바꾸기 위한 구체적인 복안이 있나.

 “총 다섯 가지 전략을 세웠다. 카메라 등 디지털 이미징과 게임·모바일 부문을 강화하고 인도·멕시코 같은 신흥 성장국가에서의 전자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의료 부문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한편,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검토하고 경영 최적화를 이룰 것이다.”

 -전략이 전자 산업에 집중돼 있다.

 “전자 부문이야말로 소니 DNA의 핵심이다. 개척자 정신으로 지금의 소니를 일궜다. 워크맨이나 플레이스테이션이 대표적이다. 잠들어 있는 소니 DNA를 깨우는 게 나의 역할이다.”

 그는 이날 사업 영역별로 구체적인 매출 목표를 제시하며 전자 부문 부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전임 CEO인 하워드 스트링거(70) 회장의 그림자를 지워야 하는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1946년 도쿄통신공업이란 이름으로 설립된 소니는 엔지니어 중심의 전자회사였다. ‘자유롭고 활달하며 유쾌한, 이상적인 공장 건설’이 설립 취지일 정도다. 그러나 2005년 스트링거 회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소니 미국 법인 출신인 스트링거는 “영화·음악 같은 콘텐트가 없으면 하드웨어는 그저 의미 없는 상자일 뿐”이라며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집중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후 세계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소니는 해마다 적자가 커졌다. 전자 부문이 약화된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소니를 재건해야 할 히라이 사장으로서는 전자 부문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특히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출신으로 스트링거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는 히라이 사장에게 스트링거 회장은 넘어야 할 산이다.

 히라이 사장에 대한 소니 안팎의 평가는 유보적이다. 전 경영진이 하지 못했던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단행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은 만큼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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