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2014년께 글로벌 경제 회복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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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매튜 디킨
한국HSBC은행장

국제 무역은 글로벌 경제를 원활하게 하는 윤활유이면서 부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과 기복이 심한 수요로 인해 지난해와 올해에는 지역을 불문하고 무역 규모가 크게 성장하지 못했으며, 공급망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현재 상황에서 보면 단기적인 글로벌 무역은 여러 가지 장애요인으로 인해 지속적인 부침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제의 회복신호가 미국을 중심으로 더욱 뚜렷해지고 있지만,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이나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둔화 등의 몇 가지 문제점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2013년까지는 글로벌 무역 환경이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태지역을 포함한 전 세계 무역 업체들은 곧 ‘무역풍’을 다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HSBC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커넥션’ 보고서에 따르면 예상보다 빠른 2014년부터 글로벌 무역 성장이 가속화돼 수요에 기반한 성장기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 보고서는 2012년부터 2017년 사이의 글로벌 무역은 연간 3.7%로 성장하고, 2017년부터 2021년 사이에는 보다 빠른 6.2%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15년간 국제 무역은 86% 증가해 그 규모가 2012년 28조9000억 달러에서 53조8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무역은 여러 요인에 의해 크게 성장할 것이고, 무역 급증은 연쇄효과를 일으켜 아태지역의 기업들에 풍부한 성장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첫째, 무역 과정을 지원하는 부문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무역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프라 관련 무역과 원자재에 대한 수요는 향후 15년 사이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글로벌 수출입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HSBC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10개의 무역 분야 중 8개가 ‘무역을 촉진시키는 무역’ 부문에 속한다. 컨테이너 및 패키징과 주물 바인딩 제품, 석탄, 휘발유, 가스, 철광석, 강철, 플라스틱 등의 제품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 새로운 무역 활로 개척을 통해 글로벌 성장이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이다. 점점 더 많은 무역 업체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통적인 경로를 넘어 최고의 무역 파트너를 찾아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자신들만의 무역 루트와 활로를 개척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요소들은 향후 수십 년간 아태지역 경제의 성숙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결과 글로벌 무역에서 아태지역의 역할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며 글로벌 성장동력이 이머징 마켓으로 이동하는 속도가 가속될 것이다.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을 포함한 아태지역의 무역 성장세가 향후 5년, 10년 동안 국제 무역의 성장속도를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아태지역의 무역 성장률은 연 평균 6.5%로, 글로벌 평균인 3.7%를 크게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GDP 성장률이 높은 아태지역 여러 시장에서 소비자군이 확대됨에 따라 아태지역의 기업들은 원유·가스·석유화학·자동차·전자기기 등의 분야에서 상당한 기회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뚜렷하고 확실한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해당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은 자신들이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에서 보다 확실한 입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아태지역의 기업들은 공급망에 보다 깊숙이 통합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큰 규모의 무역 부문에도 마찬가지로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다. 아태지역 내에서는 현재 부상하고 있는 산업 부문들이 역내 무역 전망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면 전 세계적으로 증대되고 있는 그린 에너지에 대한 관심 덕분에 전자 에너지 등 비화석 연료 에너지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 및 생산 활동에 대한 정부 및 은행의 지원에 힘입어 아태지역의 혁신적인 중소기업들은 틈새시장 진출 및 글로벌 대기업과의 협력 등 실질적인 기회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무역 사이클은 단기적인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사실이며 이러한 환경이 지속될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역 사이클’의 정의상 하락기 뒤로는 필연적으로 확장기가 이어지며, HSBC는 이러한 확장기가 2014년에 찾아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금만 인내한다면 아태지역의 기업들은 분명히 지속적이고 막대한 기회를 누리게 될 것이다.

매튜 디킨 한국HSBC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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