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성적표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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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조사 결과를 들은 통합진보당사에서는 환호가 터져나왔다. 당의 얼굴인 심상정 공동대표와 노회찬 대변인을 포함한 지역구 아홉곳에서 출구조사 결과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비례대표를 포함하면 12~18석까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얻은 이후 역대 최다 의석수다. 원내교섭단체 결성은 어렵게 됐지만 19대 국회에서 '진보정당'의 존재감을 과시할 기회를 얻게 됐다.

진보당은 여러 지역구에서 의미있는 승리를 거뒀다. 천호선 대변인은 은평을에서 출구조사 결과 50.8%의 득표로 이재오 의원(47.3%)을 앞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입과 친이계 핵심 거물의 팽팽한 대결이었다. 탄탄한 지역기반을 가진 이재오 의원이 선거기간 내내 박빙 우세를 보였지만 선거 결과는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진보의 대표적인 '아이콘' 노회찬 대변인은 노원병에서 MB맨 허준영 전 경찰청장에게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노 대변인은 허준영 후보가 경찰청장이던 시절 이미 허 후보의 옷을 벗긴 일이 있다. 2005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시위에서 농민 2명이 사망한 사건을 두고 경찰의 책임론을 제기하면서다.

관악을에서도 이상규 후보가 큰 차이로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희철 후보를 눌렀다. 관악을은 이정희 대표가 경선 여론조사 조작으로 사퇴한 이후 같은 당의 이 후보를 공천한 탓에 관심지역으로 떠올랐던 곳이다. 이정희 대표는 관악을 지원유세를 하며 눈물을 보였고, 이상규 후보는 “이정희의 결단을 꽃피워주십시오”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광주 서을에서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한 오병윤 후보의 승리는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의 지역주의 타파 시도를 막아냈다. 한미FTA 국회비준 때 최루탄을 던졌던 김선동 의원도 민주당 노관규 후보를 꺾고 국회에 재입성했다. 반면, 강기갑 전 의원은 새누리당 여상규 의원에게 지역구를 내주고 이방호 전 의원에 이어 3위로 득표했다.

통합진보당은 민주통합당과 합쳐 과반이 넘는 의석을 확보한 만큼 국정 운영에 안정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지안 통합진보당 부대변인은 “이번 총선을 통해 19대 국회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은 이번 선거에서 총 51명의 후보를 냈고, 민주당이 무공천한 15곳을 포함해 34개 지역구에서 야권단일후보로 선거를 치렀다.

류정화 기자 jh.ins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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