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선수 은퇴 '구단 맘대로'

중앙일보

입력

배구팬들은 다음달 23일 개막하는 슈퍼리그에서 박종찬(30.현대자동차)과 문병택(29).이종만(28).김완식(29.이상 LG화재)의 플레이를 볼 수 없게 됐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구단이 일방적으로 은퇴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배구협회 홈페이지에는 구단측의 조치를 비난하는 팬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모 선수의 부인은 "구단이 남편을 퇴물 취급하면서 은퇴를 종용했다" 며 "남편이 코트에서 뛸 수 있게 해달라" 고 호소했다.

LG화재는 지난 20일 세 선수를 불러 "후배들을 위해 물러난 뒤 일반직 사원으로 근무하라" 고 통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역시 2년간 주장을 맡았던 박종찬에게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옷을 벗도록 지시했다.

사전에 상의는 물론 은퇴해야 하는 구체적 이유도 없었다. 더구나 구단측은 배구를 계속하고 싶다는 선수들의 의사를 묵살하고 다른 구단에 보내줄 수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단의 일방적인 결정은 횡포에 가깝다. 이들은 비록 전성기의 기량엔 못 미치지만 아직까지 한 몫 해낼 수 있는 선수들이다. 게다가 다른 팀에 보내줄 수도 없다는 것은 이들의 효용가치를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배구협회는 내년부터 세미프로리그를 도입키로 하고 배구 중흥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 구단의 무자비한 선수 처리는 배구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소속 구단에서 필요없다면 다른 팀에서라도 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팬들은 박종찬의 멋진 블로킹과 문병택의 스파이크를 보길 원한다. 그들을 코트로 돌려 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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