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 가능성 커진 충청당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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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여의도 자유선진당 당사에는 무거운 침묵만 흘렀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당선권은 2곳(아산과 서산·태안)에 그쳤고, 현역 의원들이 무더기로 낙선하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최대 승부처인 세종시도 심대평 대표가 직접 출마했는데도 경합 지역으로 분류됐다. '충청 지역 정당'이라는 당의 정체성마저 흔들리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선진당은 18대 총선 당시 충청권 24곳 중 14곳을 차지해 총 18석(비례대표 포함)의 제3당이 됐다. 그러나 이번엔 충청 지역 유권자들은 선진당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당이 충청을 위해 한 일이 뭐가 있나"라는 게 지역민심이었다. 세종시를 추진한 민주통합당과,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막아낸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의 역할이 지역 유권자에게 더 부각됐다. '출신 지역에 따른 투표' 양상이 '세대별 투표'로 바뀌는 추세도 이같은 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올 12월 대선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려던 이회창 전 대표의 행보에도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에선 선진당이 "2004년 총선에서 4석에 그치면서 한나라당에 흡수된 자민련처럼 되는 것 아니냐"란 말도 나온다. 당시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정계 은퇴를 했었다. 그럼에도 영·호남 정당 구도가 유지되는 한 충청 지역정당이 소멸할 것이라고 보기엔 이르다는 평도 있다. 당 규모는 쪼그라들더라도 12월 대선을 앞두고 보수연대의 변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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