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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김정은이 공개 결단” 강조 … 발사대 200m 안은 출입 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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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 로케트(로켓) 한번 보십쇼. 저게 탄도 로케트나(입니까), 위성 로케트나. 그래서 우리가 당신네들 아예 초청한 겁니다.”

 8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외신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장명진 발사장 책임자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보유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이렇게 답했다.

이날 북한의 외신기자 초청 계획에 참여한 미국·영국·중국 등 19개국의 외신기자 60여 명은 발사장 현장 취재 소식을 전하며 ‘드문(rare)’ ‘특이한(unusual)’ 등의 표현을 연발했다. 북한이 기자들을 공식 초청한 것도 놀라운 일인 데다 전례 없이 로켓(장거리 미사일) 발사대와 종합지휘소 등 군사시설을 속속들이 공개했기 때문이다. 로켓에 장착할 실물 위성까지 보여줬다.

 초대를 받은 기자들은 중국 베이징에서 비행기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기자단은 버스를 타고 평양 시내를 가로지른 뒤 북한 당국이 마련한 ‘VIP 전용열차’로 갈아탔다. 다섯 시간이 걸려 동창리에 도착하자 북한 당국의 검문검색이 실시됐다. 취재진은 시설에 들어가기 전까지 세 차례나 몸수색을 받았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휴대전화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착기기, 노트북은 반입이 금지됐다. 하지만 영상 녹화나 사진 촬영은 전혀 제한하지 않았다.

발사장에 이르자 장명진이 직접 나와 안내를 시작했다. 발사장 직원은 북한이 로켓에 탑재하겠다고 밝힌 인공위성 ‘광명성 3호’를 보여주며 무게가 100kg, 높이는 1m 정도라고 설명했다. 장명진은 로켓이 설치된 발사대도 보여줬지만, 발사대 200m 안으로는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높이 30m의 크림색 로켓에는 인공기와 ‘은하 3’이라는 글자가 찍혀 있었다. 종합지휘소에선 대형 스크린으로 발사대를 모니터링하며 마무리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장명진은 “이번 주 중에 로켓을 발사할 준비를 모두 마쳤고, 곧 연료 주입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못 박지 않았다.

북한의 이례적 취재진 초청은 이번 로켓 발사가 군사용이 아닌 과학용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NHK는 "북한 위성은 노래를 전송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현장에서 안내를 한 발사장 책임자(장명진 추정)는 시설 공개는 김정은의 결단에 따른 것으로 일련의 개발 계획이 최고지도자의 주도로 추진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주 개발과 관련, 이번에 위성을 발사하는 평북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 외에도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 발사장에서도 구체적인 위성 발사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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