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패션 변천사

중앙일보

입력

20세기 초반 영화가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스크린에 등장하는 스타들의 옷차림은 하나의 사회현상이 됐다.

오드리 헵번이 영화에서 입고 나온 카프리 팬츠와 검은색 드레스는 곧바로 수많은 여성들이 모방,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었고 제임스 딘의 반항적인 이미지는 그대로 젊은이들에게서 재현됐다. 최근 들어서는 특히 영화 뿐만 아니라 TV와 비디오, 인터넷의 발달로 헐리우드 패션의 영향력은 어느때보다 강력한 느낌이다.

그러면 수십년의 헐리우드 역사에서 세계의 패션 흐름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친 배우들은 누구일까.

먼저 헐리우드 전문가들은 초창기 황금시대인 30-40년대의 패션리더로 캐더린 헵번을 꼽는다. 헵번은 당시 여성스러운 우아한 가운들이 판을 치던 시대에 바지와 흰색 셔츠를 입고 나와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모피 옷에 길다란 장갑이 여배우들의 유니폼이었던 시절, 캐더린 헵번의 헐렁한 바지와 낮은 구두, 셔츠의 남성적인 패션은 당시 여성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같은 시대 독일 출신의 글래머 배우 마를리니 디트리히는 헵번과 완전히 반대쪽에서 패션을 이끌었다. 디트리히는 금발과 허스키한 목소리로 글래머로서의 매력을 극대화했으며 스크린 안팎에서 바닥을 끄는 길다란 가운으로 몸을 휘감았다. 당시 디트리히는 "내가 시장에 파는 것은 바로 글래머"라고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50년대의 대표적인 패션 스타는 여성으로는 그레이스 켈리, 남성 배우로는 케리 그랜트와 제임스 딘이 꼽힌다.

켈리는 귀족적이고 맑은 분위기의 세련된 이미지 창출에 성공했으며 이에 따라 세계의 여성들이 흰 장갑등 켈리의 패션을 너도나도 따라 했다.

케리 그랜트는 고전적인 패션을 가장 잘 소화한 배우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 대기업의 중역들과 학계의 교수들은 그랜트의 매력적이고 흠잡을 데 없는 이미지를 모방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제임스 딘. 그가 죽은 뒤 수많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제임스 딘이 형상화했던 모습은 세계의 이곳저곳에서 온갖 형태로 다시 태어났고 있다. 반항적인 청춘의 이미지로 단 세편의 영화-'에덴의 동쪽', '자이언트', '이유없는 반항'-에 출연하며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제임스 딘은 그 덧없이 짧은 인생으로 더욱 드라마틱하게 세계 젊은이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수많은 젊은이들은 그의 사진을 들고 그대로 머리를 잘라달라고 부탁했으며 검은 가죽 점퍼를 사기 위해 한푼두푼 돈을 모았다. 이와 함께 60년대는 오드리 헵번이 카프리 팬츠와 검은색 드레스로 당대의 흐름을 주도했으며 70년대엔 다이안 키튼이 남성풍의 패션으로 일세를 풍미했다.

한편, 80년대는 인기 TV 드라마 'Miami Vice'의 돈 존슨이 연출했던 파스텔 톤의 옷차림이 거리에 물결쳤고 여성으로는 조앤 콜린스가 ABC 방송의 인기 프로그램 'Dynasty'를 통해 패션 트렌드를 앞서갔다.

마지막으로 90년대의 패션은 속옷 공연등으로 갖가지 센세이션을 몰고 다녔던 팝스타 마돈나가 당대의 패션리더로 지목되고 있다.

이밖에 2000년대의 트렌드 창출에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는 스타는 기네스 팰트로우와 위노나 라이더, 니콜 키드만, 캐더린 제타-존스, 케이트 블랑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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