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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삐삐' 원본동화 완역돼 출간

중앙일보

입력

말괄량이 삐삐에게 학교 선생님이 어느 날 1 더하기 1이 뭐냐고 묻자, 삐삐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되묻는다.

"글쎄요, 선생님도 모르는 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1 더하기 1은 1이라고 대답한 에디슨과 삐삐 둘 중에 누구 말이 정답일까.

'선생님이 질문한다' 는 말 속에는 상식적으로 선생님은 정답을 알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하지만 대화를 하는 두 사람간에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상식을 깨면 엉뚱한 상상이 가능하다.

삐삐의 되물음은 그 전제가 깔려있지 않을 때 가능한 것. 모든 새로움은 상식이라는 알을 깨고 나온다.

어쨌든 삐삐 생각에 학교는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아이들에게는 방학이 있어야 하니까.

1980년대 초반 텔레비전 외화로 인기를 끌었던 말괄량이 삐삐의 원본 동화가 전3권으로 완역되어 나왔다.

에피소드 중심으로 엮어진 이 책은 기존에 일부 내용이 발췌되어 나온 적은 있지만, 스웨덴 원본 그대로 3권으로 완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동물 전문 번역집단인 햇살과나무꾼이 번역했다. 혹시 그 때 이 맹랑한 소녀를 보며 이질감을 느꼈을 독자들이 있다면, 이 책에서는 그런 우려를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말로 듣는 것보다 글로 볼 때가 삐삐가 주는 역설과 해학의 통쾌함을 더 잘 살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펜과 잉크로 흑백 처리한 본문 삽화도 불필요한 사실성보다 상징성을 더 드러내는데 한 몫 한다.

스웨덴의 유명한 아동문학가인 린드그렌이 지난 45년 처음 출간한 이 책은 실제로 그녀가 자신의 딸에게 해주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서 쓴 것이다.

처음 출간하려고 할 땐 그 내용이 너무 자유분방하고 기존의 동화에 대한 상식을 뛰어넘는 이야기라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아이들에겐 위인전만 읽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하지만 첫 출판 이후 이 책은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되고 영화나 텔레비전 시리즈로도 만들어져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어느 날 앞으로 걷지 않고 뒤로 걸어가는 삐삐에게 친구들이 왜 그러냐고 묻자, "그럼 물구나무 선 채 걸어야 하느냐" 고 되묻는 빨간 머리 주근깨 소녀. 머리가 아닌 발을 베개에 올려놓고 자는 버릇이 있는 삐삐가 한번은 연극을 보러 가서 하는 말, "한쪽 눈으로만 보겠다고 약속하면 반값에 들어갈 수 있어요?"

삐삐와 에디슨 사이에 누가 정답을 말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요컨대 아이들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상상하는 힘을 키워주자는 것이 정답 아닌 정답이다. (권장 연령 초등학교 3학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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