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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한 정치상황을 고발한다

중앙일보

입력

인간이 제대로 하기 힘든 일 중의 하나는 정치가 아닐까. 국내외로 어수선한 정치 풍경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일찌기 영화를 통해 부조리한 정치 상황을 고발한 영화들이 있었다. 영화가 현실을 바꾼다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지만, 이런 영화들이 있기에 우리는 더 나은 현실을 꿈꿀 수 있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Dr. Strangelove ★★★★☆

감독 : 스탠리 큐브릭 / 주연 : 피터 셀러즈, 조지 C. 스코트 / 출시 : 1999년 10월 1일

전쟁과 핵의 공포가 세계를 위협하던 1960년대의 냉전 시기를 교묘하게 풍자하고 있는 블랙 코미디. 긴 원제를 풀어쓰면 'Dr. Strangelove or :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 피터 조지 원작이다. 스탠리 큐브릭의 손길이 닿아 있는 심오하고도 가벼운 작품으로, 1인 3역을 근사하게 소화해낸 피터 셀러즈의 연기력이 놀랍다.

미국의 핵폭탄과 소련의 수소폭탄이 맞붙는다. 편집광적인 애국심에 불타는 공군 사령관 잭 리퍼와 합동참모총장 벅 터지슨은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 지점을 공격할 계획을 세워 이를 실행에 옮긴다. 소련의 공산주의자들이 미국인들의 고귀한 체액을 더럽힐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망상에 빠진 잭은 소련에 핵폭탄이 장착된 비행기를 발사한다. 이에 소련에서는 모든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는 위력을 가진 가공의 무기를 사용하겠다고 경고한다.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 ★★★

감독 : 강우석 / 주연 : 안성기, 신성일, 박근형, 김성령 / 출시 : 1991년 10월

유망한 차기 대권주자가 테러당한 후 벌어지는 진실 게임. 국내 최초의 정치 고발 영화로 소재의 확대와 표현의 자유를 개척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 작품이다. 주연 안성기는 1991년 백상예술대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치밀함은 다소 부족한 대신 볼 만한 오락적인 요소가 많다.

야당 대통령 후보 박인규와 밀애를 즐기던 앵커우먼 김지원은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부각되던 정용욱이 테러당하는 현장을 목격한 뒤 간신히 살해 위기를 넘긴다. 정용욱의 사살 여부로 정국은 한층 더 혼란스러워지고, 선거를 앞둔 부담으로 박인규는 지원에게 침묵을 강요한다. 한편 동유럽 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보도국 정치부기자 최종수가 전 계엄사령관 정용욱의 사건현장을 취재한다.

불워스 Bulworth ★★★☆

감독 : 워렌 비티 / 주연 : 워렌 비티, 홀 베리 / 출시 : 1999년 10월 1일

워렌 비티의 다재다능함을 재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특이한 것은 정치 비리를 폭로하는 '스타일'이다. 슬램가에서 불려지는 힙합과 랩을 이용해 미국 정치를 제대로 고발한다. 흥겨운 리듬과 속시원한 발언, 참신한 설정 등이 돋보이는 이색적인 정치 코미디물. 다분히 미국적이라는 점은 감안할 것.

미 상원의원 제이 불워스는 주식이 폭락하는 바람에 정치자금줄이 막히고 결국 파산지경에까지 이른다. 게다가 연일 계속되는 비리와 관련한 인터뷰 등 정치인으로서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불워스는 마침내 딸에게만이라도 재산을 남겨줄 수 있는 음모를 꾸민다. 보험에 가입한 후 청부 자살하는 것. 어차피 죽을 목숨이 된 불워스는 정치계의 비리를 있는 그대로 폭로한다.

대통령의 음모 All the President's Men ★★★★

감독 : 알란 J. 파큘라 / 주연 : 로버트 레드포드 더스틴 호프만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기사화한 워싱턴 포스트지의 두 기자 칼 번스타인과 밥 우드워드는 사건 이후 기자직을 그만 두고, 워터게이트와 관련한 책을 내 더욱 유명한 인사가 되었다. 이 영화는 그들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알란 J. 파큘라의 작품으로 아카데미 각색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워싱턴 포스트지의 기자인 칼과 밥은 어느 날 우연한 절도 사건에 엄청난 정치적인 음모가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들은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결국 사건은 그 유명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비화되고, 현직 대통령이었던 닉슨이 사임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계엄령 Etat De Siege ★★★★

감독 : 코스타 가브라스 / 주연 : 이브 몽땅, 레나토 살바토리 / 출시 : 1993년 8월 1일

제 3세계의 억압적 정치상황을 꾸준히 이야기해 온 그리스 망명 출신 감독 코스타 가브라스의 1973년 작품이다. 1970년 우루과이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미국인 댄 마트리언 납치 살해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사실성을 살리기 위해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었다. 제작 당시 국내 정치 상황과 맞물려 상영이 금지되기도 했던 문제작.

남미의 개발도상국인 우루과이에 파견된 미국인 필립과 브라질 영사 페르난도가 우루과이 민족해방전선 집단 투파마로스에 의해 납치된다. 투파마로스 단원은 지하의 은거지에서 두 외국인을 신문하며 정치범으로 잡혀있는 자신들의 동료를 사면해줄 것을 요구한다. 끈질긴 경찰의 추적에 위기의식을 느낀 투파마로스 일당은 경찰 지도부와 밀접한 연계를 맺고 있는 필립을 죽이겠다고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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