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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 관중 바라보는 프로야구가 … 정문서 휠체어 타고 관중석까지 25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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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올 시즌 프로야구는 역대 최다인 700만 관중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로야구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했지만 구장 시설은 여전히 열악하다.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환경 친화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700만 관중 시대 우리 야구장은 몇 점일까.

 ◆휠체어석 도착까지 25분 걸려

 장애아동을 가르치는 김정윤(37)씨는 지난해 지체장애 학생 김현수(12·가명)군을 휠체어에 태우고 잠실야구장을 찾았다. 입장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2층 휠체어석까지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은 계단뿐이었다. 안전요원에게 도움을 요청해 안전요원이 현수를 안았고, 김씨는 휠체어를 접어 짊어졌다. 겨우 올라와 휠체어에 현수를 앉혔으나 난관은 이어졌다. 인파를 헤치고 휠체어석으로 가는 통로는 비좁았다. 또 곳곳에 턱이 있어서 휠체어를 끄는 데 진땀을 뺐다. 입장에서 휠체어석에 도착하기까지 25분이나 걸렸다.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프로야구 주요 경기장 시설 및 환경 보고서’는 열악한 야구 인프라의 현실을 보여준다. 8개 구단의 홈구장에는 휠체어석이 있으며, 노약자와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동반자석까지 마련돼 있다. 하지만 그 비율은 전체 좌석 대비 0.12%(구장당 평균 22석)에 불과하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양키스타디움은 2009년 구장을 신축하면서 88석이던 휠체어석을 800석(1.59%)으로 늘렸고, 뉴욕 메츠의 홈구장 시티필드는 총 4만5000석 중 830석(1.84%)을 휠체어석으로 지정했다. 일본 히로시마 마즈다 스타디움도 3만350석 가운데 90석(0.30%)을 장애인석으로 마련했다.

 이대호(오릭스)가 뛰는 교세라 돔은 3만6477석 중 휠체어석을 1, 3루쪽에 각각 6개 두고 있다. 외야 쪽도 좌석 이동을 통해 30석까지 휠체어석을 만들 수 있다. 추신수(클리블랜드)가 뛰는 프로그레시브 필드(4만2865석)는 시각장애인이 전용 부스에서 이어폰을 통해 경기를 즐길 수 있다.

 국내 야구장은 수유실이나 기저귀 갈이대도 구장 평균 1.6개로 턱없이 부족하다. 또 가파른 계단이 많고 안전시설이 부족해 노약자들이 편히 관람하기에 어려운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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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의 움직임은 있다. 잠실구장은 올해 중 휠체어 전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2013년 말 준공 예정인 KIA의 새 광주구장은 휠체어석 옆에 장애인 동반자석을 갖출 예정이다. 대전구장은 5월 말까지 진행되는 구장 증축 때 장애인석을 늘리기로 했다.

 ◆수만 명 배출 쓰레기 분리수거 안 돼

 지난해 프로야구는 석면 흙 파동으로 몸살을 앓았다. 구장 내야에 깔린 흙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됐다. 이에 KBO와 각 구단은 내야 흙을 친환경 제품으로 모두 교체했다. 최근 야구장은 친환경 쪽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2010년 에너지관리공단과 맺은 ‘그린스포츠’ 협약이 시초가 됐다. 구장 내에서 운행하는 ‘불펜카’는 친환경 전기차로 교체했고, 야구장 조명도 절전형 발광다이오드(LED)를 사용한다.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투구 시간도 제한을 뒀다.

 인천 문학구장은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렸고, 선수들은 페트병에서 뽑아낸 재활용 원사로 만든 유니폼을 입는다. SK는 지난 2월 탄소중립프로그램 상쇄금 799만원을 납부했다.

 그러나 수만 명의 관람객이 배출하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는 여전히 골칫덩이다. 분리수거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재활용이 불가능한 일회용품 사용이 많다는 것도 문제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친환경적인 관람문화 조성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유병민·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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