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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중개업' 새 Biz-모델로 급부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진출한 회사나 커뮤니티 사이트 등은 고객의 발을 계속 잡아두기 위해 다양하고 질 높은 콘텐츠가 필요하다. 이들과 콘텐츠 제공자(CP)들을 연결시켜 주는 ‘콘텐츠 중개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CP들은 콘텐츠 판매에 신경쓰지 않고 개발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인력이나 비용이 절감되며, 사용자들 역시 개별적으로 CP를 찾고, 콘텐츠를 관리하는 노력을 줄일 수 있는 윈-윈 사업이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최근 문을 연 ‘온국민넷’(http://www.onkookmin.net)에 들어가 보자. 보험·증권 정보에 웨딩·여행·운세·날씨·영화·음악·쇼핑몰까지 웬만한 포털 사이트에 뒤지지 않는 막대한 양의 콘텐츠가 기다리고 있다. 이 정도 콘텐츠를 확보하려면 적지 않은 인원과 시간이 필요했을 터, 국민은행이 ‘포털’ 경쟁에라도 끼여든 것일까?

답은 콘텐츠 신디케이션에 있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신종 비즈니스 모델인 콘텐츠 신디케이션 업체를 이용, 막대한 양의 콘텐츠를 손쉽게 구축한 것이다.

‘인터넷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선 3C(contents·commerce·community)가 필요하다’는 얘기는 이미 고전이 되었다. 하지만 3C, 그 중에서도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고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과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막 진출한 회사나 커뮤니티 사이트 등은 고객의 발을 계속 잡아두기 위해 다양하고 질 높은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공감하지만, 어떻게 콘텐츠를 확보할지 막막하다.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고, 또 여러 분야의 콘텐츠 제공자(Contents Provider:이하 CP)들을 따로 따로 만나 계약하지 않고 필요한 정보를 한 번에 제공받을 수 있는 ‘콘텐츠 중개업’(신디케이션)이 활기를 띄고 있다. CP들은 콘텐츠 판매에는 신경 쓰지 않고 개발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인력이나 비용이 절감되며, 사용자들 역시 개별적으로 CP를 찾고, 콘텐츠를 관리하는 노력을 줄일 수 있는 윈-윈 사업.

미국에서 97년 아이신디케이트사가 시작한 온라인 상의 콘텐츠 신디케이션은 지난 해부터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지난 8월 유니어스의 코코사를 필두로, 코리아컨텐츠네트워크·디날리코리아·애드핀 등 10여 개 업체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 신디케이션 업체는 대략 3가지로 분류된다. 코리아콘텐츠네트워크처럼 CP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유통에 진출한 경우나, 유니우스·디날리코리아처럼 콘텐츠 관리와 관련된 솔루션 개발사가 시장 개척에 나선 경우, 아시아어뮤즈나 사이버드 등 특정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경우가 있다.

지난 1일 서비스를 시작한 코리아컨텐츠네트워크(KOCN)는 콘텐츠 생산업체에서 유통업체로 변신한 경우다. 사주·만화·여성 등의 CP로 10년간 활동한 포인트라인이 (주)아이클러스터(i-Cluster)로부터 20억원의 증자를 받아 사명을 변경하고 유통 쪽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KOCN은 서울문화사, 웅진출판과 독점 계약을 맺고 있어 고급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올 12월까지 ‘콘텐츠 자동화 유통관리 시스템(CMS)’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CMS는 콘텐츠를 사용자에게 적합하게 디자인을 변경해 전송하는 자동화 시스템.

무선 인터넷 콘텐츠 전문업체도 등장

유니어스는 지난 8월 국내 최초로 콘텐츠 B2B 마켓플레이스 ‘코코사’를 오픈했다. KOCN이 ‘CP’ 확보를 사업의 기반으로 삼는 반면, 유니어스의 코코사는 ‘클라이언트’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한다. 홍익인터넷 등 웹 에이전시와의 제휴를 통해 고객을 확보한다.

영업팀 이치훈 팀장은 “웹 에이전시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방문자를 잡아둘 콘텐츠 분야는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휴 문의가 자주 들어온다”고 설명한다. 코코사의 주 고객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들어오려는 대기업. 내년 50억 매출은 무난하리라 예측한다.

현재 쇼핑몰, 인터넷 포털 관련 B2B,B2C 회사 등 11개 사가 코코사 컨설팅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으며, 1백여 개의 CP를 확보해 놓았다.

유니어스는 XML솔루션 업체인 DIB가 별도 법인 형태로 설립한 회사, 코코사는 솔루션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콘텐츠 매니지먼트 서비스’ 쪽으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HTML·XML·일반 텍스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된 콘텐츠를 자체 개발한 솔루션을 통해 콘텐츠를 원하는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전송해주는 ‘기술 기반’의 중개업을 목표로 한다.

올 2월 설립해, 6월에 한국지사가 생긴 디날리 역시 코코사와 유사한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다. 디날리는 애드서버로 유명한 넷그라비티 창업자 더글라스 카플란이 아시아 콘텐츠 시장을 염두에 두고 세운 회사다. 정태식 이사는 “CRM까지 연계 가능한 콘텐츠 관리 툴을 개발 중”이라며 “이 콘텐츠 매니지먼트 솔루션은 ASP 형태로 임대해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용 홈페이지에 콘텐츠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홈페이지 토이’로 알려진 애드핀 역시 콘텐츠 B2B를 시작했다. 마케팅부 김진석씨는 “기업 대상 서비스를 시작한 지 고작 한 달이기 때문에 아직 성과를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월 90만원의 저렴한 비용에 콘텐츠 마스터가 관리와 업데이트를 전부 대행해주는 기획상품에 관한 문의가 많다”고 말한다.

노머니커뮤니케이션에서 오픈한 유료 콘텐츠 사이트 ‘한스데이’나 브로드밴드미디어를 지향하는 ‘드림엑스’ 등 ‘B2C’를 내세우는 콘텐츠 사이트들도 콘텐츠 신디케이션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특정 분야의 콘텐츠만 전문으로 다루는 업체도 생겼다. 소프트웨어·콘텐츠 유통업체인 한국소프트중심과 일본 무선 콘텐츠 제공업체인 사이버드(대표 로버트 호리)는 자본금 10억원으로 지난 8월 사이버드코리아를 설립했다.

사이버드코리아는 일본 사이버드의 무선 인터넷 콘텐츠 및 솔루션을 한국화하는 동시에 커뮤니티·엔터테인먼트·정보제공 서비스 등 독자적인 콘텐츠를 개발해 운영하고 일본시장에 적합한 모바일 콘텐츠를 수출하게 된다. 콘텐츠 분야도 엔터테인먼트 쪽에 집중된다.

한국소프트중심 이규창 대표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결합하는 서비스는 무선 인터넷에서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이버드코리아는 오는 16일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제1회 한일 무선 인터넷 마켓플레이스 WIM2000’ 행사를 갖는다.

아시아어뮤즈 역시 일본의 리버힐소프트(대표 오카자키 카즈히로)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엔터테인먼트 쪽의 무선 콘텐츠 유통을 시작했다. 리버힐소프트의 무선 인터넷 게임 ‘월드 네버랜드’의 한국 유통은 아시아어뮤즈가, 아시아어뮤즈의 각종 콘텐츠의 일본 유통은 리버힐소프트가 맡게 되는 것.

콘텐츠 유료화 기반 마련이 성공 관건

이처럼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2∼3년 안에 시장 규모가 7천억까지 성장하리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까지는 ‘추정’일 뿐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코코사의 이치훈 팀장은 “애플리케이션 시장까지 합치면 가능한 수치겠지만, 콘텐츠 유통만으로는 1천억원 선이 아니겠느냐”고. 디날리코리아의 정태식 이사 역시 “미국 시장 성장에 비추어 국내 시장이 어느 정도 될 것이란 추정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나 CP 모두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시장은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신디케이션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CP들의 열악한 환경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내 중소 규모의 CP들은 최근까지도 통신사나 거대 포털 사이트가 ‘콘텐츠 독점’을 요구하거나 공식화된 가격기준이 없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관계자는 “일본 i-mode의 경우 CP에게 수익의 70%를 준다”며 “PC통신사들은 CP에게 수익의 30% 밖에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콘텐츠는 돈이 안된다는 인식이 생긴 것도 여기서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터넷 시대가 본격화 되면서 ‘전략적 제휴’라는 이름 아래 ‘콘텐츠=무료’라는 생각이 뿌리를 내리게 됐다고. 콘텐츠 신디케이션 업체들의 등장은 콘텐츠의 적절한 가격을 설정하고, CP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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