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물어도 기사 안전이 우선 … 컨테이너 묶지 않는 화물차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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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 3일 광안대교에서 일어난 두 건의 전복 사건. 첫번째 사고는 잠금장치를 잠그지 않아 컨테이너가 차체와 분리돼 떨어졌고(사진 왼쪽) 두번째 사고는 차체와 컨테이너가 같이 넘어졌다(오른쪽).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지역에 강풍경보가 내려진 3일 광안대교를 달리는 컨테이너 트레일러 2대가 넘어졌다.

 이날 낮 12시50분쯤 광안대로 요금소 앞 커브지점을 달리던 트레일러에서 컨테이너만 떨어졌다. 이 사고로 트레일러 옆을 따르던 화물차량 옆문이 파손되고 운전자 윤모(49)씨가 경상을 입었다. 이어 오후 1시45분쯤 같은 곳에서 발생한 사고는 트레일러 차체와 컨테이너가 같이 넘어지면서 승용차 2대를 파손했다.

 이 2건의 사고는 강풍이 부는 다리 위 커브지점을 과속으로 달리는 바람에 일어났다. 특히 이 사고는 컨테이너 트레일러의 잠금장치 잠금여부에 따라 전혀 다른 교통사고가 일어남을 보여준다. 잠금장치를 잠근 트레일러는 차체와 트레일러가 같이 넘어지고, 잠금장치를 잠그지 않을 경우 컨테이너만 떨어지는 사고가 1시간 간격으로 나타난 것이다.

 하루 1만여 TEU(1 TEU는 길이 20피트 컨테이너 1개)가 들어오는 부산항을 끼고 있는 부산시내 도로에서는 이러한 컨테이너 트레일러 전복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컨테이너 트레일러가 잠금장치를 잠그지 않은 채 운행하고 있다.

 한 트레일러 기사는 “잠금장치를 잠그면 컨테이너와 트레일러 차체와 같이 넘어지기 때문에 운전자가 위험해진다. 많은 트레일러 기사들이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잠금장치를 잠그지 않은 채 운행한다”고 털어놓는다. 즉 트레일러와 컨테이너가 분리돼 떨어질 경우 주변 차량 운전자들이 다치는 것을 트레일러 운전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의 단속도 트레일러 기사들에겐 먹혀들지 않는다. 잠금장치를 잠그지 않을 경우 도로교통법 39조(적재물 추락방지 위반)를 적용받아 5만원의 과태료만 내면 된다. 트레일러 기사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과태료를 내는 게 낫다는 자세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날 사고지점은 광안대교 아래쪽 다리였다. 아래쪽 다리는 상판과 하판사이에 끼어 있어 골바람 형태의 강풍이 자주 부는 곳이다. 사고가 난 트레일러들은 이날 순간최대풍속이 초당 14m의 바람이 부는 다리위를 감속하지 않고 달렸던 것이다.

 이날 광안대교를 관리하는 부산시설공단은 감속 안내를 했다. 운영 규정에 따르면 광안대교는 전면통제 풍속기준이 초당 25m. 초당 15~25m의 바람이 불면 50% 감속운전을 하도록 정해져 있다. 시설공단은 이날 풍속이 전면통제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교량 위의 안내판을 통해 감속을 유도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두 차량이 커브지점을 과속으로 달린 데다 바람을 맞는 면적이 넓은 컨테이너가 이기지 못하고 넘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이날 사고를 계기로 컨테이너 잠금장치 잠금여부를 집중단속하기로 했다. 잠금장치를 잠그지 않은 채 교통사고를 냈을 경우 업무상 과실 교통방해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 혐의를 적용하면 3년이하 금고나 2000만 원 이하 벌금을 받는다.

 부산경찰청 박창식 교통안전담당은 “트레일러 기사 교육을 강화하고 사고가 났을 경우 엄하게 처벌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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