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적힌 자기소개서가…" 이대생들 발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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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4학년 이모(23)씨는 얼마 전 후배로부터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학교에서 선배가 쓴 자기소개서를 뿌린 것 같아요.’

 이씨가 깜짝 놀라 확인해보니 학생들의 취업을 돕는 이 대학 경력개발센터에서 선배들이 쓴 자기소개서를 책자로 묶어 나눠 준 것이었다. 지난달 5일 오후 센터 주최로 연 취업 특강에서다. 당시 나눠준 책자는 100여 권이었다. 책자엔 재학생·졸업생 수십 명의 자기소개서가 담겼다. 쓴 사람의 허락을 받지 않은 채였다.

 특히 어려운 가정환경, 실패담처럼 껄끄러운 개인사도 실명과 함께 공개됐다. 이씨는 “모의면접 서비스 등을 받기 위해 필요하다고 해 자기소개서를 냈는데 동의도 구하지 않고 책자로 만들어 뿌렸다”며 “곧 입사원서를 내야 하는데 베껴 쓸까봐 찝찝하다”고 말했다. 김모(22)씨는 “책자에 실린 자기소개서는 낙방한 기업에 냈던 것”이라며 “후배들 볼 낯이 없다”고 털어놨다.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센터 측은 보름 만에 전화를 돌려 책자 회수에 나섰다. 이 학교 인터넷 게시판엔 ‘무책임하게 뿌려놓고 반납만 독촉한다’ ‘사과부터 하는 게 우선’이란 내용의 댓글 수백 개가 달렸다. 센터 관계자는 “책자를 거의 전량 회수했기 때문에 현재로선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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