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펀드에 든‘내돈’손실방지법

중앙일보

입력

지난 11월3일 퇴출기업 명단 발표 이후 적지 않은 펀드 투자자들이 불안에 빠져 있다. 대우사태의 경우처럼 또 다시 막대한 손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채권단의 부실기업 퇴출 명단 발표에 따르면 총 29개 기업이 퇴출대상으로 분류됐으며 이중 법정관리 대상 기업은 11개사이고 청산대상은 18개사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발행한 채권이나 어음이다. 채권이나 어음이란 일종의 채무증서인데 채무자인 기업들이 부실로 빚을 갚을 수 없게 되면 채권자는 손해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채권 등에 주로 투자하는 채권펀드도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투자신탁이 보유하고 있는 퇴출기업 유가증권은 총 1조8천4백89억원으로 이 중 펀드에 편입돼 있는 유가증권은 7천4백48억원이다. 이 중 회사채는 7천1백56억원 규모이며 기업어음(CP)은 2백92억원 정도다. 금감원측은 이 중 펀드의 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무보증채가 3백97억원에 불과하고 이에 대해 이미 최저 50%에서 최고 95%까지 상각했기 때문에 추가상각을 하더라도 손실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의 발표만 믿고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른 점이 없지 않다. 특히 처리가 유보된 현대건설과 워크아웃 기업에서 법정관리로 들어간 대한통운 등에 대한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의 경우 그동안 정상 채권으로 분류돼 처리 결과에 따라 상당한 손실이 예상된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들도 만일 회생하지 못하면 탈락하기 때문에 추가 손실 가능성이 높다 이번 기업 구조조정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펀드는 부실채권에 대한 투자비중이 높은 하이일드펀드와 후순위채(CBO) 펀드다. 하이일드펀드는 약관에 투기등급 채권을 50% 이상 편입토록 의무화돼 있고 후순위채 펀드도 후순위채 및 투기등급 채권을 50% 이상 채우도록 돼 있다.

따라서 투신사들이 보유한 퇴출기업 채권이 상당부분 이 펀드들에 편입돼 있다.

시가평가를 적용받는 채권펀드에도 퇴출기업의 유가증권이 포함돼 있지만 전액 보증 회사채나 담보 CP라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보증사로부터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실채권의 손실에 대한 처리는 장부가 평가펀드와 시가 평가펀드간에 약간씩 다르다. 시가평가 펀드의 경우 모든 채권이 시장가격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부실채권이 발생하면 바로 일정부분을 손실로 처리해 수익률이 하락하게 된다. 반면 장부가 평가펀드는 투신사나 판매 증권사의 결정에 따라 일정기간 조금씩 손실을 처리하거나 일시에 손실을 반영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특히 장부가 평가펀드의 경우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원금과 이자를 장부가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손실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이는 틀린 생각이다. 장부가 평가펀드는 편입 유가증권의 가치를 매일 시가로 평가하지 않고 장부가로 평가할 뿐이지 투신사가 원금을 보장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따라서 편입 채권이 부도나면 투자자들도 손실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이처럼 부실기업에 대한 펀드 투자자의 부담은 가입펀드의 종류, 부실기업 채권 보유 여부 및 규모, 보유채권의 종류 등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므로 투자자는 먼저 거래했던 증권사나 투신사의 창구를 찾아 투자한 펀드의 운용명세부를 요구해 상담할 필요가 있다.

가장 최근 일자 펀드 운용명세부를 가지고 창구직원과 부실채권의 보유여부, 향후 처리방향, 펀드수익률의 동향 등에 대해 상담을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신이 가입한 펀드가 부실채권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미 상당부분 손실 상각이 이뤄진 경우도 있기 때문에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따져본 후 펀드의 환매 여부를 판단하는 게 좋다.

문의 우재룡 (주)한국펀드평가 대표 jrwoo@kfr.co.kr. 탁월한 시각, 깊이있는 분석, 지식경영시대의 동반자 이코노미스트 제5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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