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약세 때 되레 기회? 집 사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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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승기자]

부동산 암흑의 시대. 요즘이 딱 그런 셈이라고 할까.

시세나 동향을 묻는 전화를 해보면 공인중개사들은 한숨만 쉬고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한 것 같다는 푸념만 들린다.

강남권 재건축은 뚝뚝 떨어진다는 소식에다 총선까지 다음주로 다가오면서 부동산에는 더 관심이 없는 분위기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www.joinsland.com) 리서치팀 조사에 따르면 서울 매매가 변동률은 14주 연속 하락했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오히려 부동산을 기웃거리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누구일까?

집값 떨어지는데 집 사겠다, 왜?

필자의 지인 중 한 명은 요즘 중개업소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고 있다. 현재 소형에 사는데 이제 대출도 다 갚고 했으니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중형으로 이사 가고 싶다는 것이다.

특히 중개업소에 가보니 중형 아파트는 떨어진 곳이 많아 괜찮겠다 싶더라는 거다.

이 친구는 지금 강북에 살고 있는데 공급면적 85~129㎡(옛 30평대)가 전에는 5억원까지 나간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4억2000만~4억3000만원선.

특히 급매물을 잡으면 4억 초반에도 거래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또 다른 친구는 소형 전세로 살고 있었는데 전셋값이 많이 올라 조금만 보태면 집을 살수도 있을 것 같아서 2년마다 이사 다니기도 귀찮고 집주인 눈치 보는 것도 싫어 가격도 좀 떨어진 이때가 기회 같다며 이번에 집을 장만하기로 했다.

이처럼 의외로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요즘 들어 적지 않은 것 같다.

집값 약세에도 급매물 수요는 있어

"급매물 찾는 사람 있어요."


근래 중개업소와의 통화내용 중 자주 들리는 소리다. 주간 동향을 파악하며 중개업소와 여러 군데 통화를 하게 되는데 수도권 외곽이나 서울 강북, 강서 등에선 그래도 매수세가 없다 해도 실수요 위주로 소형이나 급매물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시기. 지금 과연 집을 사는 것이 괜찮은가 하는 문제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인가? 사실 점쟁이가 아닌 이상 이 답은 모른다.

부동산경기가 계속 침체될 수도 있는 거고, 갑자기 세계경기가 호황을 누리면서 우리나라도 부동산 호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집을 사라, 말아라 하고 얘기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투자목적보다는 실거주용으로, 대출이 많지 않다면 소형은 사도 괜찮겠다 싶다.

또 소형에서 중형 아파트로 이사 가고 싶은 사람도 이 시기가 오히려 기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때일수록 매물도 많고, 특히 시세보다 10% 이상 저렴한 급매물이 많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정말로 싼 급급매물을 건질 수도 있다.

또 다양한 집을 살펴보고 골라잡을 수 있는 범위도 커진다. 같은 값이면 방향이 좋거나 층이 높거나 인테리어가 잘 돼 있는 집을 고를 수 있다.

이런 집을 골랐을 때 지금은 워낙 불황이라 다른 곳과 차이가 크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 부동산 분위기가 좋아지면 집값이 상승할 수 있는 여력도 커진다.

무분별한 투자는 NO, 실수요라면 고려할만

실수요라면 전셋값과 매매가 차이가 많지 않은 요즘, 조금 넓게 살고 싶어 소형에서 중형으로 옮겨가고 싶은 수요라면 이런 시기를 반대로 잘 이용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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