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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한국공관 체류 탈북자 4명 입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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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제사면위원회와 휴먼라이츠워치, 국제인권연맹 등 세계 3대 인권단체가 참가한 북한의 반인도범죄 종식을 위한 국제대회가 3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세계 인권활동가들이 한 탈북자의 증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백영옥(앞)씨와 두 자녀. [사진 납북자가족모임]

중국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3년 넘게 머물던 탈북자 4명이 1일 비밀리에 한국으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3일 “그동안 공관의 보호 아래 생활해 온 탈북자 11명 중 일부가 1차로 한국으로 들어갔으며 나머지 탈북자들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순차적으로 한국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도 이날 “국군포로 백종규씨의 딸 백영옥씨와 아들 이강민군, 딸 이일심양이 포함된 탈북자들이 1일 국내에 들어왔다”고 했다.

 백영옥씨는 2002년 국군포로인 백종규씨(1997년 사망)의 유골을 갖고 탈북해 2004년 한국행에 성공한 백영순씨의 동생이다. 중국 공안당국은 이들과 개별 면담을 통해 한국행 의사를 확인한 뒤 제3국 추방 형식으로 출국을 허락했다고 한다. 백씨와 이군, 이양 등은 2009년 탈북한 뒤 한국으로 가기 위해 우리 공관에 들어왔다가 중국 정부의 봉쇄 조치로 다른 탈북자와 함께 3년 넘게 공관 안에서 ‘유배생활’을 해왔다.

 중국 정부는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이전 한국공관에 들어온 탈북자에 대해서는 지난해까지 매년 순차적으로 한국행을 허용해 왔으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국공관에 들어간 탈북자에 대해 한국행을 허용하지 않았다. 앞서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지난달 중국 내 공관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 중 절반 정도가 4월 중 한국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고(본지 3월 28일자 10면), 지난달 26~27일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했던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도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탈북자 문제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탈북자의 한국행을 위해 단식 시위를 했던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3년 전 들어왔어야 할 분들이지만 이제라도 우리의 노력으로 한국에 들어오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다른 곳의 탈북자들도 한국에 들어올 수 있도록 목소리를 더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허용하기 시작한 것은 탈북자 북한 송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뿐 아니라 북한의 로켓 발사 계획 발표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켓 발사를 강행하는 북한에 대한 일종의 ‘압박 카드’란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다른 탈북자의 한국행까지 추가로 허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30개월 이상 공관에 머무른 사람은 한국행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공관 외 지역에서 붙잡힌 탈북자에 대해선 여전히 북한으로 보낸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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