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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이어 김미화도…새누리'연예인 징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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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연예인 사찰’이라는 두 단어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2009년 9월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근무하던 A총경이 연예인 사찰을 총괄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도한 데 이어 방송인 김미화씨가 “국정원 직원이 찾아온 적이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연예인 사찰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김미화씨는 3일 MBC노조가 제작한 동영상 뉴스를 통해 “김제동과 같은 시기인 2010년 국정원 직원이 두 번 나를 찾아왔다. 그 직원은 VIP(이명박 대통령)가 마땅찮아 한다. 윗분들이 노무현 정부 때 (방송프로그램) 사회를 봤기 때문에 나를 좌파로 본다고 했다. 집까지 왔었는데 도청장치라도 했나 싶어 한숨도 못 잤다”고 말했다.

 여권은 선거에서 드러난 ‘연예인 징크스’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연예인 징크스는 2009년 KBS2TV의 ‘스타 골든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던 김제동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해 5월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서 사회를 맡았던 김씨는 잇따른 사회적 발언으로 대표적 ‘야권 성향 연예인’으로 꼽혔다. 당시 민주당(민주통합당의 전신)은 “신종 정치탄압”이라며 정부·여당을 공격하면서 이를 그해 10·28 재·보궐선거 이슈로 만들었다. 민주당 이찬열(수원갑) 후보는 자신의 동영상 대신 가수 윤도현씨, 김미화씨 등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연예인의 동영상을 틀기도 했다. 당시 정세균 대표도 지원유세 때 “김제동, 손석희가 쫓겨났다. 김미화를 지키려면 이찬열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결과는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선거 참패 직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여의도연구소는 ‘김제동 하차가 선거에 미친 영향이 가장 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25일 김미화씨가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하차했을 때도 민주당은 이를 쟁점화했고, 이틀 뒤 열린 4·27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번에도 “연예인 김제동씨까지 사찰하는 몰염치한 ‘이명박근혜’ 정권은 스톱해야 한다(박지원 최고위원)”고 공격에 나섰다. 그러나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연예인 사찰 문건’과 관련해 “어제부터 (문건이 존재하는지) 확인 중인데 지금까지도 직접적으로 문서를 생산했다거나 보고 받았다는 사람이 없다. 경찰청도 문서 양식이나 용어가 경찰청 게 아니라고 했다”며 “문서의 성격을 확실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 “2009년 9월 정무수석실엔 총경급 경찰공무원이 근무한 적이 없다”며 “민정수석실에 있던, (경찰이 파견되는) 치안비서관실이 정무수석실로 이관된 것도 2010년 7월”이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측은 “‘김제동 사찰’이란 증거가 전혀 없는데도 민주통합당이 ‘김제동’을 내세워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고 역공을 취하고 있다.

김경진·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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