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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영화계 교류 합의 의미와 전망

중앙일보

입력

남.북한이 남한 영화인들의 단체방북을 계기로 영화교류를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함에 따라 일단 분단이래 깊게 패인 양측 영화계간 불신의 골을 메울 단초를 마련했다.

남한의 영화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처음으로 북한의 공식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해 북측 영화인들과 인적, 물적 교류의 첫발을 내딛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은 구체적인 합의내용을 떠나 그 자체로 큰 의미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남한 영화인들이 제 3국이 아닌 평양에서 북측 영화인들과 한자리에 모여 상호 관심사를 논의한데 이어 북측 영화관련 기관 및 시설을 둘러봤다는 점에서 상호불신의 벽을 걷어내고 영화교류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방북단은 당초 예상과 달리 북측 민족화해협의회(위원장 유미영)와 4개항에 걸친 합의문도 이끌어내 당장 양측을 오가며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해 나갈 토대까지 마련하는 기대 이상의 성과도 이끌어냈다. 양측은 영화제 교류를 비롯해 영화학술 토론회 개최, 양측 촬영기술인력교환 방문, 애니메이션 영화 합작 등을 우선적으로 추진해 나갈 사업으로 꼽고 향후 베이징 등에서 수시로 만나 교류.협력방안을 협의, 점검키로 했다. 향후 교류의 가이드라인이 설정된 셈이다.

이런 합의에 따라 내년 하반기 부산국제영화제와 평양국제영화제에 양측 영화인들이 교차 참가할 가능성이 커 양측간 영화교류는 빠르면 내년부터 한층 가시화할 개연성이 높다.

여기에다 양측 영화인들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학술토론회를 여는 가 하면 남한의 영화진흥위원회와 북한의 조선예술영화촬영소를 창구로 영화인들이 수시로 상대측 영화시설을 참관하고 기술협력 및 지원을 협의함으로써 문화격차와 이질감을 해소할수 있는 기반도 다졌다.

실제로 방북영화인들은 서울로 돌아온 뒤 한목소리로 "일단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혔으며 양측간 영화교류가 희망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혀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영화계는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북한측 반응과 태도를 봐가면서 향후 구체적인 영화교류의 윤곽이 드러날때까지 신중론을 견지해 나간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이용관 영진위 부위원장이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한 영화계의 현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너무 앞서 나가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차근차근 접근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서울=연합) 이명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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