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꼬이는 판교 신도시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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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신도시 개발 문제가 점점 꼬여가고 있다.

논란끝에 신도시 건설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이번에는 택지규모 등 토지이용을 둘러싸고 성남시와 경기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판교 주민들은 조속한 개발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반면 시민.환경단체들은 아예 신도시 개발계획의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2백80만평 넓이의 판교신도시 예정 부지는 분당 및 경부고속도로와 인접해 교통.도시기반 시설이 양호한데다 서울과도 이웃하고 있어 아파트 건설업체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수도권의 노른자위 땅이다.

이 지역은 1976년 5월 수도권 남단 녹지로 지정됐으나 신도시 개발을 염두에 둔 성남시가 지난 98년 건설교통부로부터 개발예정용지 승인을 받았다. 이와 함께 무질서한 개발을 막기위해 2000년 말까지 건물 신.증축이 제한돼 있다.

따라서 이미 2천여 가구의 크고 작은 주택이 들어선 이 지역의 건축 규제가 내년부터 해제될 경우 마구잡이 개발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 경기도와 성남시 공방=성남시는 "마구잡이 기형 개발을 막기위해서는 판교지역을 도시계획에 따른 신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며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신청서를 지난 7일 경기도에 제출했다.

성남시는 지난해 12월 나온 국토연구원의 '판교지구 개발타당성 검토 및 기본구상' 을 토대로 판교 일대 2백80여만평 가운데 92만평(37%)에 주택 4만6천가구를 세워 13만8천명을 수용하는 신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12만평(4.6%)은 벤처용지 ▶16만평(6.3%)은 특화.업무단지 ▶나머지는 공공시설용지로 조성키로 했다.

하지만 경기도는 '주거용지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 며 신청서를 반려했다. 성남시의 구상대로 개발할 경우 엄청난 교통.교육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

도는 대신 주거.상업 용지를 92만평에서 39만평으로 축소하라고 회신했다. 이렇게 되면 거주 예정 인구는 13만8천명에서 5만명으로 줄어든다.

또 벤처용지 면적을 당초 12만평에서 66만평으로 크게 늘려 벤처관련 시설 위주의 개발 방안을 제시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판교에 첨단산업 단지를 조성한다는 것이 도의 기본 입장" 이라며 "택지는 현지 주민들과 산업단지 인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면적만 허용하겠다" 고 말했다.

이처럼 건교부의 본격 심의를 받기 전에 경기도의 반대로 판교개발 방안이 벽에 부딛히자 성남시는 크게 당황하고 있다.

더우기 내년 부터는 판교지역에 대한 건축허가 제한조치가 풀려 아무런 도시계획 없이 방치할 경우 난개발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애태우고 있다.

성남시측은 "도가 제시한 대안 대로 벤처단지 조성을 위해 도시개발법을 적용하면 택지로 조성 가능한 면적은 전체의 20%를 밑돌기 때문에 판교 신도시 건설은 물건너 간다" 고 반박했다.

◇ 시민단체.주민들 갈등=성남시민모임 등 수도권 지역 14개 시민단체 모임인 '수도권살리기 시민네트워크' 는 지난 11일과 17일 성명을 통해 신도시 구상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판교 일대는 수도권의 중요한 생태축이자 서울의 팽창을 막아주는 방파제" 라며 "국토 불균형 개발을 초래하는 신도시 계획을 전면 백지화 하라" 고 주장했다.

이어 "근시안적으로 추진되는 신도시 계획은 자족성을 떨어뜨리고 교통난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수도권 인구 집중화를 심화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신도시 건설 대상지역 주민들은 최근 판교지구개발추진위원회(위원장 김대진.55)를 결성, 예정 대로 도시개발을 추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민 3백여명은 지난달 24일과 이달 16일 판교동 낙생농협과 성남시청앞 광장에서 신도시 조성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주민들은 "수도권의 질서있는 개발을 위해서는 판교 신도시 개발이 필수적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가 나서 토지를 매입하든지 건축규제를 해제하라" 고 밝혔다.

특히 1976년 녹지로 지정된 뒤 각종 토지이용 규제로 20여년 동안 지붕 하나 제대로 고칠 수 없을 정도로 재산권 피해를 입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개발추진위 관계자는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를 또다시 규제할 경우 헌법소원과 함께 납세거부, 경부고속도로 점거 등 강경 투쟁을 전개하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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