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빈방 없는데, 지방 호텔은 텅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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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에선 호텔 건설 붐이 일고 있지만 지역 호텔은 상황이 다르다. 관광객이 없어 폐업 위기까지 몰리고 있다.

 지난해 7월 대전 유성온천의 대표적인 호텔인 홍인호텔이 문을 닫았다. 1976년 홍인온천장으로 문을 연 지 35년 만이다. 유성온천은 91년 무궁화 4개 호텔로 리모델링도 했고, 한때 방이 부족할 정도로 인기였다. 그러나 숙박객이 줄면서 결국 문을 닫아야 했다. 호텔이 있던 자리에는 지하 8층, 지상 29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선다. 대전 유성구 관광과 이영우 주무관은 “고속철도가 다니면서 유성온천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당일로 다녀가게 됐다”며 “건물 주인이 호텔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인근 세종시 등을 고려해 주상복합건물을 짓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주 찾았던 충남 아산의 파라다이스 도고 호텔도 문을 닫았다.

 한국관광문화연구원 박주영 연구원이 낸 ‘지방 관광호텔 운영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의 관광호텔(특1, 2급, 1~3급) 630곳 중 휴업이나 폐업·파산 등 경영위기에 놓인 호텔 수는 42곳에 달한다. 모두 지방 호텔이다. 입실률도 80% 가까운 서울지역과 달리 지방 호텔들의 객실점유율은 50% 안팎이다.

 지방 호텔에 손님이 없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들이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의 80%는 서울과 수도권을 위주로 구경한다. 그 때문에 지방 호텔은 수요가 별로 늘지 않고 있다. 대부분 지은 지 오래된 건물인 데다 교통 발달로 가급적 서울에서 숙박하려는 경향도 지방 호텔이 외면당하는 이유다.

 따라서 지방 호텔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역의 관광자원이나 영화 촬영지 등 새로운 한류 루트를 개발해 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세종대 호텔경영학과 김홍범 교수는 “지방 호텔들이 관광지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일본의 료칸(旅館)처럼 한국형 숙소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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