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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 속에 숨어있는 무한한 상상력

중앙일보

입력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노신(魯迅)이 "중국의 뿌리는 모두 도교(道敎)에 있다"고 말한 그 도교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삼국지 첫 장에 나오는 황건족의 난은 바로 도교가 집단운동의 정치성을 띤 첫 역사적 사건이며, 최근 중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파룬궁(法輪功)사건은 도교가 중국 민중의 생활과 얼마나 밀착되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실례다.

서양에서 탈(脫)이성주의 흐름 속에 본격 연구가 시작된 도교에 관하여, 철학적 도가(道家, philosophical taoism)와 종교적 도교(religious taoism)를 구분할 것인가의 논쟁이 아직도 있다. 둘 다 중국 춘추시대 노자(老子)를 그 구심점으로 삼는다.

노자를 시조로 하는 도가철학의 흐름이 하나 있고, 중국 고대 신선설화에서부터 인간의 장생불사(長生不死)를 추구하는 토착신앙이, 이론화 과정에 노자를 끌어들여 도교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또 하나의 흐름이 있다.

이 두 흐름이 역사적 분화 과정에 서로 뒤섞이기도 하는데서 혼동이 발생한다.

이 책의 저자 정재서 교수(48·이화여대 중문과)는 두 흐름을 '동아시아 기층 문화로서의 도교'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는다.

프랑스나 일본에 비하면 한참 늦었지만, 그나마 우리로서는 비교적 일찍부터 도교 연구에 뜻을 두어온 정교수는 고대 신화연구를 중심으로 이 분야에서 업적을 쌓아가고 있는 중진 학자다.

그가 '동양적인 것의 슬픔'(살림)과 '불사의 신화와 사상'(민음사)에서 이미 보여준 동아시아 문화의 창조적 복원에 대한 열망이 이번 작품에도 녹아있다.

우리 역사에서도 도교는 신라 최치원의 비문과 고구려 연개소문의 도교 장려, 조선시대 국립 도관인 소격서(昭格署)와 정감록등 참위설(讖緯說)적 민간도교 그리고 구한말의 동학(東學)에 이르기까지 그 흐름이 면면이 이어져왔다.

이 문제는 동아시아 학문의 중화주의적 편향을 극복하자고 주장하는 저자의 주요 관심영역이지만, 이 책에서는 도교의 기본 경전인 태평경(太平經)과 포박자(抱朴子) 그리고 신선 이야기를 다루는데 그치고 있다.

특히 저자는 문학을 통한 접근을 시도한다. 도교에서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장생불사는 현실적 차원에서 허구로 여겨질 수밖에 없으며 그것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도교는 허구의 예술인 문학과 근원적인 관련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

저자는 또한 도교의 본질은 논리성에 있지 않고 이야기성에 있으며, 나아가 도교에 대한 그간의 경시는 민중의 창조적 상상력을 억압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배영대 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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