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스타 스토리15. - 이시이 다쿠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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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일본프로야구의 도루왕 계보를 살펴보면 단연 돋보이는 이름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70년대 한큐 브레이브스(오릭스의 전신)의 전설적인 대도 후쿠모토 유타카(69-88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왕정치가 홈런에서 신화였다면 후쿠모토는 도루에서 불멸의 존재였다. 역대 최다 도루왕(총13회), 13년연속 도루왕(70-82년 연속), 통산 최다도루 기록(1065도루), 한시즌 최다도루 기록(72년 106도루) 등, 도루에 관한한 거의 모든 일본기록을 보유하다시피한 후쿠모토는 일본야구의 도신(盜神)과도 같은 존재로 평가된다.

후쿠모토 이후 일본야구는 80년대엔 마쓰모토(前 요미우리)가, 90년대 초중반에는 히로시마의 노무라와 오가타가 한시대를 풍미하며 대도로서 군림했다. 그리고 2000년 현재, 일본최고의 발은 요코하마의 유격수 이시이 다쿠로(30)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요코하마가 전신(前身) 다이요 웨일즈 시절이던 1988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시이는 곧바로 프로에 뛰어들었다. 고교시절 이시이는 노히트노런을 두번이나 기록할 정도로 촉망받는 투수였지만, 프로에 들어온 이시이는 타자를 선택했다.

이시이가 프로에서 입지를 굳히는 데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시이는 입단 첫해인 89년부터 91년까지 3년동안 총 여덟 타석밖에 가지지 못할 정도로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2군생활을 전전해야 했다.

이시이가 본격적으로 기회를 잡은 건 92년부터 였다. 92년 이시이는 69경기 출장에 0.269의 타격을 보여주며 가능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다이요가 요코하마 베이스타스로 거듭난 이듬해인 93년부터 이시이역시 주전 유격수로 거듭났다. 9그해 이시이는 생애 처음으로 거의 풀시즌을 뛰며 0.266의 타율을 올렸다. 특히 93년 이시이는 고작 59안타만 치고도 24도루를 해내며 도루왕을 거머쥐는 놀라운 기동력을 과시했다.

이후 팀내에서 입지를 굳힌 이시이는 자신의 진가를 맘껏 발휘했다. 93년이후 이시이는 올해까지 8년연속 100안타에 20도루이상을 올리는 꾸준함을 보여주며 요코하마 부동의 톱타자로서 활약했다.

또 기동력에 비해 부족하다고 평가되었던 타격도 일취월장해 95년이후 3할안팎의 고타율을 올리고 있고, 안타도 97년부터 올해까지 4년연속 150개 이상을 칠 정도로 타격이 갈수록 완숙해지고 있다.

이렇게 타격이 좋아진결과 출루가 빈번해졌고, 이시이의 발은 더욱 위력을 더했다. 98년이후 이시이는 3년연속으로 도루왕을 차지하는 등, 자타가 공인하는 현역최고의 준족이자 톱타자로서의 위치를 굳히고 있다.

이시이가 들어오기전 요코하마는 센트럴리그의 골치덩어리와 같은 존재였다. 요코하마는 미하라 감독이 있었던 1960년 딱 한번 우승한 이래, 90년대 초까지 우승은 커녕 바닥만 기고 있던 센트럴의 만년 하위팀이었다. 개성도 없고 스타도 없었던 요코하마는 인기또한 바닥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무기력했던 요코하마가 90년대 중반부터 강팀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최강마무리 사사키(90년 입단)가 들어왔고, 최고용병 로즈(93년)에 스즈키(93년),고마다(94년 요코하마로 이적) 등 교타자들이 자리를 잡아가며 팀이 궤도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물론 여기엔 톱타자 이시이의 역할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98년 곤도 감독이 취임한 후 이시이는 최전성기를 맞기 시작했다.

일단 팀 전력이 무르익었고 자율야구를 표방하는 곤도감독 덕분에 이시이는 부담없이 플레이 할 수 있었다. 이 기간동안 이시이는 이종범과 가네모토를 제치고 3년연속으로 도루왕 타이틀을 획득했다. 또한 98년엔 요코하마의 38년만의 일본시리즈 우승이란 감격을 누리기도 했다.

이시이의 장점은 톱타자로서 갖춰야할 공,수,주 모든 것을 완비한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이시이는 도루왕 4회수상이 말해주듯 발이 빠르고 베이스런닝이 탁월하다. 따라서 득점도 많이 올린다. 또한 이시이는 빠르기만 한게 아니라 굉장히 정교한 타자다. 매해 이시이는 부진이나 부상없이 많은 안타를 양산하고 3할대를 쳐낸다.

유격수로서 필수적인 수비능력역시 이시이는 골든글러브가 보증하듯 흠잡을데 없다. 거기다 매시즌 거의 전경기를 출장하는 등, 근성과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99년 FA를 획득하고도 요코하마에 잔류한데서 보여지듯 팀리더로서의 책임감도 투철한 선수다.

이것이 바로 현재 이시이가 퍼시픽리그의 마쓰이 가즈오와 함께 각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유격수로서 평가받고 있는 이유라 할 수 있다.

이제 요코하마는 작년 사사키가 떠난데 이어 내년시즌에는 4번 로즈마저 잃을듯 보인다. 투타의 핵이 모두 빠져나가는 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요코하마는 여전히 강팀이고 내년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라고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머신건타선의 선봉장인 이시이 다쿠로가 건재하기 때문이다. 톱타자로서 그가 내년시즌 어떤 방망이와 기동력을 보여주느냐에 요코하마의 미래가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시이 다쿠로(石井 琢郞)-

생년월일:1970년 8월25일
신장,체중:174cm,74kg
투타:우투좌타 백넘버:5
소속팀:요코하마(89년 입단)
통산성적:1000게임,1059안타,207도루,타율0.291(99년까지)
올해성적:131게임,165안타,35도루,타율0.302

수상경력:93-95,98,2000년 골든글러브(유격수부문)
97-2000 베스트나인, 93,98-2000 도루왕
98년 최다안타 1위, 95,97-2000년 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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