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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선거운동 첫날 … 총리실 사찰 문건 3000페이지 폭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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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무총리실 소속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이 4·11 총선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다.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은 30일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한국판 워터게이트로 규정한다”며 “ 대통령 하야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한 권재진 법무부 장관(2010년 1차 수사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그대로 두는 건 사건을 덮으라는 것”이라며 권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상돈·조현정 등 새누리당 외부 비대위원 5명은 이날 오후 긴급 회동을 하고 “ 중대 사건을 명백하게 밝히기 위해 검찰 수사의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사실상 권 장관의 사퇴를 촉구한 것이다. 이상돈 위원은 "이 대통령이 이 사건에 대해 몰랐다면 탈당해야 한다”며 "만약 보고를 받았다면 하야나 탄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파업 중인 KBS 새노조(제2노조)는 30일 새벽, 자체 제작한 ‘리셋 KBS 뉴스9’을 인터넷에 올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작성한 공직자 감찰과 민간인 사찰 보고서 총 2619건을 입수했다며 내용의 일부를 폭로했다.

보고서에는 공직자 외에 KBS와 YTN을 비롯해 강정원 전 KB금융지주 회장, 삼성그룹의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 화물연대, 서울대병원 노조, 정태근 의원 등에 대한 사찰 내용이 담겨 있다.

보고서 일부에는 ‘BH(청와대)하명사건’이라는 표현도 있다. 보고서는 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KBS 새노조원과 함께 법원 수사기록을 열람하면서 복사해 확보한 것이다. 장씨는 이 문건을 다시 자신의 변호인이자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30번인 이재화 변호사에게 건넸다. 한글파일과 엑셀파일로 이뤄진 보고서 분량은 3000페이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다음주부터 보고서 내용을 개별 항목별로 쟁점화해 선거운동과 대여 공세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총리실 사건이 아닌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사건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또 박영선 의원은 “2600여 건 가운데 검찰이 2건만 수사하고 덮은 건 권재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이 합작해서 은폐하고 축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직무감찰 범위를 넘어 사생활의 약점까지 사찰한 것이고 이는 미행이나 도청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내용”이라고도 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사건과 선을 긋고 있다. 박근혜 선대위원장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비리를 저지른 사람은 철저하게 수사해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이명박 대통령이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공무원이 100만 명이나 돼 (이들과 관련한)투서나 질의 등이 수천 건이나 들어오는데 누군가는 조사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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