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무역이 '수출의 새 엔진'

중앙일보

입력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출장 가방을 싸는 대신 PC를 켜는 중소업체들이 늘고 있다.

사이버 무역을 대행하는 전문업체들이 많이 생기면서 인터넷을 통한 바이어 발굴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의 정상봉 전문위원은 "'내수에 치중해오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중소.벤처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이들 기업의 인터넷 무역이 대기업들이 놓치는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새로운 판로 개척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 말했다.

◇ 사이버 공간에서 금맥 캔다〓태원전자광학은 최근 사이버 무역을 통해 망외의 소득을 얻었다.

'실크로드 21' 이란 무역 중개 사이트를 통해 레바논의 매디랩이라는 낯선 회사와 연결이 돼 실물 화상기 등 교육기자재를 38만달러 어치 수출한 것. 김재문 사장은 이 사이트로부터 '사이버 무역왕' 이란 칭호까지 얻었다.

설립 3년째인 뉴컴월드는 초기부터 해외로 눈을 돌려 수출 비중이 80%에 달하지만 사이버 무역은 지난달 인터넷 중개업체의 주선으로 처음 했다.

박철현 사장은 "고객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데다 상담 진척도 오프라인 방식보다 두배 가량 빠른 것 같다" 고 말했다.

이 회사는 한달 전쯤 인터넷에서 만난 한 미국 무역회사의 요청으로 박막액정표시(TFT-LCD)모니터 샘플을 보냈다.

지금은 상담이 거의 성사 단계에 접어 들었으며, 매달 1천대 이상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인터넷 중소기업관' 의 등록업체 1만6천여곳 가운데 5천개 기업을 대상으로 중진공이 지난달 설문조사한 결과 해외에서 제품.회사 정보 요청을 받은 곳이 78%에 달했다.

이 가운데 수출까지 성사시킨 기업도 4분의 1이나 됐다. 자료 요청이 온 곳은 중국.일본.동남아가 3분의 1가량으로 가장 많았지만 유럽.북미.중동을 비롯해 미개척지인 중남미.아프리카에까지 분포돼 있었다.

◇ 인터넷 무역업체 약진〓인터넷 무역 수요가 늘면서 관련 업계도 활기를 띠고 있다. 토종 민간 사이트인 티페이지는 8개 국어로 인터넷 서비스를 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중국.일본 지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미국에 시스템 운영 솔루션을 수출하기도 했다.

알리바바코리아는 중국의 세계 굴지 무역 사이트인 알리바바닷컴이 한국시장을 유망하다고 보고 해외에선 처음으로 지난 7월 설립한 한중 합작법인. 이 회사는 이달 초 중국의 최대 무역사이트인 알리바바차이나(http://china.alibaba.com)에 코리아 디렉토리를 만들어 한국업체 유치에 나섰다.

삼보컴퓨터.동성제약.애경유화.한글과 컴퓨터 등 30여개 한국업체가 여기에 자사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손주원 사장은 "까다로운 중국시장을 손쉽게 뚫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 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무역 사이트들도 실적이 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서 분사한 ㈜EC21의 경우 국내외 2만여개 업체가 회원으로 가입했고 하루 검색건수가 10만건에 달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실크로드21은 지난 3월 서비스 개시 후 아홉달 만에 회원등록기업이 1만2천여개가 됐다.

◇ 인터넷 무역의 명암〓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인터넷무역을 할 경우 부대비용이 수출은 건당 11만3천여원에서 2만5천여원으로, 수입은 건당 9만8천여원에서 2만여원으로 5분의 1 가량으로 준다.

시장 조사.마케팅.서류 처리 등에 따르는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사이버 무역이 정착되려면 보완해야 할 점이 아직 많다.

티페이지의 김병기 부장은 "수출입 물류체제를 정비하는 등 관련 인프라를 대폭 보강해야 한다" 고 말했다.

"기업간 전자상거래는 거래 규모가 보통 10만 달러를 넘기 때문에 무역사기 등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상대의 신용도 파악이 필요한데 쉽지 않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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