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 남는 것 없지만 ‘행복 수익’ 짭짤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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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형 사회적 기업 1호인 ㈜즐거운 밥상을 운영하고 있는 박찬무 대표.

“큰 뜻은 없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굶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내 입에 들어가는 것 보다 남의 입에 들어가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바보(?)같은 사람이 있다. ㈜즐거운 밥상(충남형 사회적 기업 1호)을 운영하고 있는 박찬무(41) 대표는 천안지역 결식아동과 독거노인 등 2500여 명(결식아동 1800여 명, 독거노인 700여 명)에게 중식 도시락을 지원하고 있다. 천안시 위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직원들과 인건비를 나눠 가지는 정도의 수입 외에는 크게 이익이랄 것이 없다. 그래도 박 대표는 결식아동에게 따뜻한 밥 한끼를 제공한다는 생각에 힘든 내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서울 태생인 박 대표는 순천향대에 입학하면서 천안·아산과 인연을 맺었다. 대학 졸업 후 농협에 취직해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할 수도 있었지만 박 대표는 돌연 사직서를 내고 천안지역 자활센터에서 10여 년간 간사 역할을 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05년 군산과 제주에서 건빵 도시락 파문이 일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뒤 박 대표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쓰레기 도시락을 만들어 이익을 챙기려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행태를 보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특히 도시락 한 개가 절실한 결식아동도 많은데 음식으로 장난치는 사람들을 보며 사회의 일원으로서 부끄러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박 대표는 자활센터에서 근무하면서도 늘 굶주리는 학생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간직하고 있었고 언젠가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도시락을 배달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2009년 즐거운 밥상에서 대표를 맡아달라는 제안이 들어왔고 박 대표는 흔쾌히 수락했다. 당시만해도 천안시는 서북구와 동남구를 나눠 2개의 업체가 도시락 지원을 위탁 운영했지만 한 업체가 문제를 일으켜 지금은 즐거운 밥상이 천안시 전체를 책임지고 있다.

 박 대표가 운영하는 즐거운 밥상은 그동안 인건비 외에 별다른 수익이 없었지만 최근 일부 회사에서 간식·도시락을 주문해 조금씩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수익이 생기자 청년 시절 꿈 꿨던 ‘누구도 굶지 않는 세상 만들기’를 실현하기 위해 ‘사랑방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즐거운 밥상은 이윤을 남기기 위한 회사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서 발생하는 이윤은 뜻 깊은 곳에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회성 식사 제공이 아닌 1년 365일 누구나 찾아와 식사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옛날부터 사랑방은 손님을 접대하는 장소잖아요. 많은 분들이 즐겁게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어요.” 박 대표는 이윤이 더 발생하면 ‘사랑방 프로젝트’ 외에도 협동조합을 만들어 사회 환원을 적극적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박 대표는 “한 겨울에 난방도 되지 않는 집에서 도시락을 기다리는 학생, 할머니와 도시락을 나눠 먹는 학생도 있어 더 맛있고 따뜻한 도시락을 배달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긴다”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는 현실을 지역 내 기업들이 공감하고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진섭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사회적기업=취약계층에게 사회 서비스와 일자리를 제공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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