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비위 있건 말건 … 북한산 콘도는 공사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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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의혹을 받아온 더파인트리앤스파 콘도의 사업 인허가 과정이 졸속·편법으로 이뤄진 사실이 최근 서울시 감사 결과 드러났다. 사진은 북한산 입구에 건설되고 있는 더파인트리앤스파 콘도의 전경. [김도훈 기자]

29일 오전 서울 강북구 북한산국립공원 입구. ‘쿵탕’거리는 소리가 산을 울렸다. 바로 옆 더파인트리앤스파 콘도 건설현장 주변에서 나온 소음이다. 전날 서울시가 인허가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콘도 건설은 계속됐다. ‘외부인 출입금지’라고 쓰인 안내판 뒤로 공사 중인 회색빛 건물 14개 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산 둘레길을 알리는 이정표는 곳곳에 있지만 정작 산은 보이지 않는다. 콘도 공사장 주변을 둘러싼 3~4m 높이의 안전펜스 탓이다. 인근 주택 담벼락에는 굵은 금이 갔다. 지난해 봄 터파기 공사를 할 때 폭약을 터트리면서 생긴 것이라고 했다. 주민 불만은 이만저만 아니다. 주민 김모(48·여)씨는 “이 동네 장점이 북한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고 공기가 맑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저 콘도가 다 망쳐놨다니까요”라며 얼굴을 찌푸렸다.

 이 콘도는 2008년 서울시가 관광사업 활성화 등을 위해 허용한 것이다. 우이동 산 14-3번지 일대 8만60㎡ 부지에 지하 4층~지상 7층 규모의 건물 14개 동이 들어선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은 공사 초기부터 ‘콘도로 위장한 호화 아파트’ ‘자연환경 파괴와 조망권 훼손 위험’ 등을 이유로 반발해 왔다. 이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서울시가 감사를 한 결과 콘도 인허가 과정에서 비위 사실이 드러났다. <본지 3월 29일자 26면>

 감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산 일대는 자연녹지지역으로 분류돼 있어 지상 5층(20m) 높이를 초과한 건물이 들어설 수 없다. 그러나 강북구가 고도지구 완화 기준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으면서 이 콘도의 전체 14개 동 중 10개 동은 규정보다 3.16~3.58m 더 높게 지어졌다. 이로써 객실 수는 54개, 예상 분양수입은 133억원가량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규정 위반만 15건에 달한다. 이에 서울시는 당시 심사에 참여했던 도시계획위원 6명을 해촉하고, 관련 공무원들을 문책하기로 했다.

 서울시의 이런 방침에도 불구하고 콘도 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현재 콘도 공정률이 40%여서 사업을 중단시키기 어려운 데다 징계시효 2년도 지나 실제 처벌받는 공무원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련 공무원 중 일부는 퇴직한 상태다. 따라서 서울시는 7월까지 추가 감사를 해 정확한 경위를 확인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당시 서울시도시계획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최창식 중구청장은 “당시 소위원회를 구성해 현장도 다녀왔고 강남북 균형발전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계획을 통과시킨 것”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출신 자치단체장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지역경제를 위해 콘도를 완성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상인 이모(45)씨는 “콘도가 생기면 관광객이 몰려 장사가 잘될 것”이라고 했다.

글=최모란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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