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관심이 이미 주식형 펀드에서 멀어졌기 때문에 우리도 가급적 권하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신선한 상품을 얘기해야 일단 반응이 좋아요.”(A증권사 영업직원)
투자 입맛이 달라지고 있다. 한때 개인 투자자산의 중심이었던 주식형 펀드에서는 쉼 없이 돈이 빠진다. 대신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소심 투자’형 상품이나 채권 등으로 투자 영역이 넓어졌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에만 27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모두 1조2760억원이 빠져나갔다. 올 들어서는 5조7000억원이 이탈했다. 그 결과 전체 주식형 펀드 잔액은 100조원 밑으로 내려갔다. 2008년 초만 해도 150조원에 육박했다. 펀드 환매는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넘어서며 속도가 빨라졌다. 펀드 가입자들이 차익을 실현했거나 원금이 회복되자 서둘러 손을 턴 것이다. 펀드를 탈출한 6조여원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동부증권 원형운 애널리스트는 “펀드 환매자금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잠시 거쳐 ELS나 채권에 투자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개인 채권 투자는 올 1분기 순매수가 1조7000억원에 달한다.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많다. 특히 국채 순매수액이 5000억원이나 된다. 국채는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금리 매력이 떨어져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덜했다. 그런데 물가연동국채가 크게 주목받게 된 것이다. 원금 상승분에 대해 비과세되기 때문에 절세를 중시하는 고액 자산가 사이에 특히 인기가 높다. 개인은 회사채도 많이 샀다. 금융감독원이 2010년 1월부터 2011년 9월 사이 발행돼 증권사가 인수해간 회사채 144조원의 유통 과정을 분석했다. 이 중 개인이 사간 것이 1조6477억원어치나 됐다. 최근 채권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 매수하기에 적당한 시점이 된 것도 개인 채권 투자를 부추긴다.
ELS의 인기도 식을 줄 모른다. ELS는 지난 1월 2조7000억원, 2월 4조7000억원어치가 팔려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도 27일까지 4조여원어치가 팔렸다. ELS는 10% 안팎의 수익을 추구하는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다. 조혜진 삼성증권 SNI서울파이낸스센터지점 PB는 “특정 대상에 돈을 몰아넣기보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투자가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