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티투어 버스' 데이트족에 인기

중앙일보

입력

서울 4대문 안팎의 명소를 버스로 일주하는 '시티투어 버스' 가 운행 한달을 맞았다.

서울시와 허니문여행사가 공동으로 지난달 13일 운행을 시작한 이래 값싸고 편리하게 서울 곳곳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용객들도 점차 늘고 있다.

특히 주말에는 데이트족과 가족단위의 이용객이 많아 새로운 나들이 코스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러나 홍보부족으로 당초 기대했던 외국인 이용률이 낮고, 일부 시간대에는 손님이 없어 거의 빈차로 운행되는 허점도 드러나고 있다.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정류장. 개량한복 차림의 가이드와 운전기사가 친절하게 손님을 맞았다.

예정운행 시간에 맞춰 출발한 버스 안에는 외국인 4명을 포함, 10여명의 손님이 앉아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하루 평균 승객수는 평일 2백~3백명, 주말 4백명선. 그중 외국인은 20%를 조금 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35인승 버스는 좌석의 앞뒤 간격이 넓어 편안했으며,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해 비교적 조용하고 승차감도 좋았다. 덕수궁.이태원.인사동 등을 도는 코스 중간중간 막히기는 했지만 짜증이 날 정도는 아니었다.

외국인들에게 특히 인기있는 코스는 시장. 안내양 정명순(鄭明順.23)씨는 "서양인들은 이태원과 남산골 한옥을 많이 찾고, 중국인.일본인들은 동대문.남대문 시장에서 많이 타고 내린다" 고 귀띔했다.

내국인들은 대중교통이 불편해 가기 힘든 남산타워를 좋아한다고 한다. 특히 토요일밤에는 환상적인 서울야경을 보기 위해 남산타워로 가는 데이트족들로 북적댄다는 것이다.

고쳐야 할 점도 간혹 눈에 띄었다.

정류장마다 3m높이의 표지판이 세워져 있지만 불법주차 차량들이 점거해 타고 내리기가 불편한 곳이 많았다.A호텔 앞 정류장은 승하차 공간이 제대로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운영업체인 허니문 여행사 관계자는 "호텔에 팜플렛이 비치돼 있긴 하지만 종업원들의 안내는 신통치 않다" 고 불만을 표시했다.

버스안에서 만난 미국인 배낭여행객 앨 페이튼(27)씨는 "이렇게 싼 관광수단이 있는 줄 진작 알았다면 비싼 콜 택시를 이용하지 않았을 것" 이라며 홍보부족을 아쉬워했다.

시에 따르면 한달간 운영 결과 나타난 외국인의 가장 큰 불만은 외국어 안내 부족. 영어.일어.중국어 가이드가 있긴 하지만 한가지 언어 외에는 의사소통이 잘 안돼 녹음안내로라도 보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간과 코스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침8시부터 운행되지만 아침 9시 전이나 저녁무렵에는 손님이 없어 거의 빈차로 운행된다. 또 가장 인기가 높은 남산코스를 야간에만 운행, 이용객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시 관계자는 "여행사측과 협의해 첫 운행 시간을 30분~1시간 늦추고 코스도 일부 조정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고 밝혔다.

사진=장문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