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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기차역·시장 … 도시 속의 따뜻한 한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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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건축가 조정구씨가 김해에 옮긴 ‘서대문 한옥’ 앞에 섰다. 1958년에 지은 전형적 서울 한옥이다.

2010년 여름, 이탈리아 베니스. 유리건물 안에 한옥이 들어섰고, 관객들은 누마루에 걸터앉아 바다를 내다봤다.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설치 ‘서대문 한옥’이었다. 건축가 조정구(46)씨가 베니스에 옮겨 지은 한옥이다. 그가 네 자녀와 살고 있는 집이다. 지붕은 뼈대만 올려 한옥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했고, 다락을 추가해 대규모 전시에 지친 관객들에 쉼터를 제공했다.

 2012년 봄, 이 한옥은 경남 김해로 옮겨졌다. 클레이아크(Clayarch) 김해미술관(관장 최정은)에서 열리는 ‘컨템포러리(contemporary) 한옥-현대 도시에서 함께 살다’ 전시장 들머리에 설치됐다. 한옥이 지어진 원형 돔 주변엔 사진가 윤준환씨가 찍은 경남의 한옥 사진이 풍광처럼 펼쳐졌다. 김용미·김종헌·황두진 등 현대 건축가, 조각가 백승호 등도 참여했다.

 김용미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한옥 평면 아파트 모델에 참여했었다. 한옥이 현대도시에서도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목재 부족을 극복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 대안으로 집성목 등 오늘날 건축재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종헌씨는 한옥의 결구(結構) 구조를 철골조로 전환, 경북 영주시장 지붕을 만들기도 했다. 한옥이 역사(驛舍)·공항 등 대형 건축물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각가 백승호씨는 붉은 철선으로 한옥의 지붕을 표현했다. 입체와 평면을 넘나들며 공간 속에 한옥의 멋을 되살렸다. 한옥은 과거의 유물이 아닌 언제나 새롭게 살아나는 주거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전시다. 8월 26일까지. 055-340-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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