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교육 붐… 애니메이션 영어판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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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색연필의 따뜻한 질감을 잘 살린 환상적인 영국 애니메이션 '우리 할아버지' (인피니스)가 최근 영어판으로 재출시됐다.

미국.독일 등에서 각종 상을 휩쓴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1998년 우리말 더빙으로 출시돼 큰 인기를 누렸던 유아.아동용 애니메이션. 이처럼 이미 더빙판으로 한번 출시한 작품을 영어녹음에다 영어자막을 곁들여 출시하는 것은 과거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하지만 영어 조기교육 붐을 타고 유아.아동용 애니메이션을 배급하는 각 기획사들은 한국어 더빙판으로 출시했던 인기 애니메이션 비디오를 영어판으로 속속 재출시하고 있다.

인피니스는 '우리 할아버지' 외에도 이미 지난달 '배고픈 애벌레' 를 영어판으로 재출시했으며 지난해 선보였던 '산타 할아버지의 휴가' 를 곧 영어판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영어판 재출시를 기획하는 곳은 인피니스만이 아니다. '텔레토비' 등을 판매하는 미라클 역시 지난해 출시한 '내친구 스팟, 스팟의 모험' 을 다음달 영어판으로 내놓는다. 또 '삐뽀삐뽀 동물병원' 역시 영어판이 나와 인기를 끌고 있다.

미라클은 최근 영어 애니메이션 비디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자 한발 더 나아가 한국 애니메이션까지 영어로 더빙했다.

96년 어린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둘리의 얼음별 대모험(사진)' 을 최근 영어더빙과 영어자막판으로 선보인 것.

미라클의 김민정씨는 "더빙판과 원어판이 동시에 출간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더빙판이 출시된지 한참 후에 원어판이 나오는 것은 요즘 들어 생긴 추세" 라며 "애니메이션 비디오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자녀 영어교육을 시키고 싶어하는 부모들의 요구를 맞춰주기 위한 기획" 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유아.아동용 애니메이션 비디오 시장은 우리말 더빙이 기본이었다.

글을 잘 읽지 못하는 미취학 아동에겐 우리말 더빙이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 하지만 젊은 부모들이 외국 명작 애니메이션을 단지 눈요기거리가 아닌 영어교육용으로 생각하면서 원어로 출시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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