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중 화재로 유실됐던 곤여만국전도(坤輿萬國全圖)가 복원작업을 마치고 60여 년 만에 원래 소장처인 남양주 봉선사로 돌아갔다. 경기도는 27일 봉선사에서 김문수 경기지사와 봉선사 주지 정수 스님 등 불교계·학계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곤여만국전도 기증식’을 열고 지도를 전달했다.
곤여만국전도는 1602년 서양 선교사 마테오리치와 명나라 학자 이지조가 북경에서 목판으로 찍어 펴낸 서양식 세계지도다. 1603년 명나라에 사신으로 파견됐던 이광정과 권희에 의해 처음 조선에 전해졌다. 원으로 표현된 이 지도는 세계를 사각형으로 인식하던 당시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 지도가 보급되면서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며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가 났다는 동북아시아의 전통적인 천문지리관이 붕괴했고 ‘지구(地球)’라는 말도 생겨났다. 조선 왕실은 김진여 등 당시 궁중 최고 화원과 지도 전문가들을 동원해 숙종 34년(1708년) 8월 초고본을 만들고 한 달 뒤 임금이 보는 어람본(御覽本)을 제작했다.
경기도와 실학박물관은 지난해 5월 곤여만국전도 어람본 복원작업에 착수했다.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 소장돼 있는 곤여만국전도 어람본의 1931년 흑백 사진을 바탕으로 전문가 자문과 중국과 일본, 미국 등에 소장된 곤여만국전도 목판본을 조사한 후 마모된 글씨와 채색을 복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