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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여수 세계박람회가 성공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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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26일 오전 11시41분 여수EXPO역. 오전 8시5분 용산역을 출발한 KTX가 도착하자 독일어·영어 등을 쓰는 외국인들이 무리 지어 내렸다. 여수는 요즘 이렇게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으로 붐빈다. 여수세계박람회(5월 12일~8월 12일)가 45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참가국의 전시장 설치 요원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역 앞이 바로 전시장이다. 여수는 벌써부터 EXPO 열기 속에 있다. 여수신항에 조성 중인 EXPO장은 외관 공사를 끝내고 마무리 조성작업에 한창이고, 시내 거리엔 요즘 흔한 총선 플래카드도 EXPO 안내판에 묻혀 보이지 않을 정도다.

 여수EXPO는 올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가장 큰 국제행사다. 대전EXPO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국제박람회사무국(BIE) 인정EXPO로, 106개국이 참가하는 국제 문화·경제올림픽이다. 특히 이번 행사는 그동안 대도시 또는 대도시 배후의 교통요지에서 열렸던 다른 행사들과 달리 대도시의 인프라 혜택을 받지 못한 인구 30만의 중소도시에서 열리는 세계 첫 사례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강동석 조직위원장은 “우리의 전략은 여수가 아닌 남해안 벨트 전체의 행사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2500여 개의 섬을 품은 다도해와 8425㎞에 이르는 리아스식 해안, 여수·남해·고흥·광양, 부산과 제주를 아우르는 남해안 전체를 EXPO 지역으로 확산한다는 것이다. 숙박과 교통을 인근 지역으로 분산함으로써 행사의 이익을 남해안 전체가 공유하며, 이를 통한 지역통합 마케팅으로 향후 남해안 벨트를 해양관광지로 부상시킨다는 것이 목표다.

 이에 지금까지 남해안 교통 인프라 구축에만 10조원이 투입됐다. 서울에서 KTX로 3시간30분(개막 후엔 2시간50분) 만에 주파하고, 남해안 일대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망을 개통하는 등 남해안과 전라·경상 일대가 한두 시간 권역으로 확 당겨진다. 부산은 일본 손님들의 경유지, 광주와 제주는 중국 손님의 경유지를 자청했고, 남해·순천 등 인근 고장마다 관객들을 유치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런데 인프라와 관광 목표는 있는데, 이를 수익으로 연결할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EXPO 자체에 대한 홍보도 부족하고 참여 지역이 넓은 만큼 남해안 벨트를 살린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 개발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중 여행사에선 눈에 띄는 EXPO 연계 관광 프로그램을 찾을 수 없다. CNNgo가 올해 꼭 가볼 세계 행사로 여수EXPO를 꼽는 등 해외에서도 관심은 보이지만, 이를 관광객 유치로 연계할 만한 관광프로그램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박람회는 낙후된 중소도시 EXPO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인근 지역 간 협력으로 시너지를 높이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EXPO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행사다. 이번 행사가 지역 잔치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토목공사뿐 아니라 외지인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홍보와 관광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