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오는 14일로 창사 10주년을 맞는다. SBS는 지난 90년 KBS와 MBC의 2공영체제로 유지되던 우리 방송계에 프로그램의 다양화를 통해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넓혀주는 한편 넘치는 방송광고 물량을 소화 한다는 취지에 따라 첫 민영방송으로 출범했다.
91년 3월 AM 라디오 방송으로 개국한 SBS는 이어 지상파 방송을 시작하고 94년 지역민방이 설립되면서 이들과의 프로그램 제휴를 통해 실질적인 전국 네트워크화를 이룸으로써 그 위상을 강화해왔다. 또 축구.스포츠.골프 등 3개의 케이블 채널도 보유하게 됐다.
SBS는 초기 정규 메인뉴스를 저녁 8시에 편성하고 타 방송국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노인과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프로그램 〈사랑의 징검다리〉, 고품격 교양 프로그램 〈작가와 화제작〉 등으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며 의욕적으로 출발했다.
또 〈NBA 농구〉나 〈자니윤의 이야기쇼〉를 통해 해외 스포츠나 토크쇼 등을 국내 방송에 도입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귀가시계'로 불리며 한국근대사의 한 단면을 드라마화하는데 성공한 〈모래시계〉, 사회적 이슈를 심도있게 파고든 미스터리 다큐멘터리 〈그것이 알고 싶다〉,종래 궁중비사류의 사극에서 벗어나 예술성과 사회성을 겸비한 TV 역사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임꺽정〉 등도 SBS가 우리 방송의 질적 향상에 기여한 대목이다.
이와 함께 〈머나먼 쏭바강〉〈코리아게이트〉〈옥이이모〉〈생명의 기적〉, 그리고 방송사상 최초로 SNG 생방송을 한 〈유라시아 대장정 10만㎞〉 등의 화제작을 방영했으며 〈번지 없는 주막〉〈비내리는 고모령〉등의 악극 공연에 나서기도 했다.
이밖에 국내 최대의 언론재단이며 방송사 최초인 문화재단과 서암학술장학재단을 통해 10년간 500억원을 재단기금으로 운영하면서 지금까지 약 2백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후발주자로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10대를 주시청 타깃으로 삼으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의 양산과 방송의 선정성, 획일화 등을 주도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92년 드라마 〈모래 위의 욕망〉의 PD가 선정성 문제로 3개월간 연출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던 것. 또 지난해에는 미성년자가 포함된 모델 후보들에게 노출이 심한 옷을 입게하고 신체 특정부위를 집중 부각시켰다는 이유로 한국 슈퍼엘리트모델 갈라쇼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정규 메인뉴스를 1시간 빨리 배치한 데 따라 방송뉴스의 의제설정 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방송의 권력감시 기능을 약화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 개국에 따른 방송제작 인력 및 연기자를 충원하는 과정에서 탤런트, 작가, 코미디언 등의 주가를 전반적으로 상승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안수경 간사는 "SBS는 상업방송으로 시작한 이래 줄곧 방송의 상업화를 이끌어왔고 지난 10년의 세월은 그 골을 더 깊게 만들었다. 앞으로는 투자를 통해 질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제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