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2주기] 2년 전 그날처럼 3월 넷째 주 금요일, 평택 2함대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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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 2주기를 앞두고 21일 서해상에서 실시된 초계함 전투태세 훈련에서 1200t급 초계함 영주함 함미에서 투하된 폭뢰가 거대한 물기둥을 만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3일 밤 9시22분. 2년 전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했던 3월 넷째 주 금요일 밤의 바로 그 시간이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천안함이 소속돼 있던 평택 해군 2함대는 팽팽한 긴장과 차분한 적막이 교차하고 있었다. 함정들은 모두 함수(뱃머리)를 바다 쪽으로 향한 채 정박해 있었다. 1초라도 빨리 출항하기 위해서다. 함대 고위 관계자는 “100m 달리기를 하듯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잠시 뒤 6부두에 정박 중이던 358경비정에서 고동소리가 한 차례 길게 울리며 정적을 깼다. 동시에 “승조원들은 긴급 출항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당직간부들은 배의 시동을 걸고 출동 준비를 서둘렀다. 부두 옆 장병 생활관에서 휴식 중이던 30여 명의 승조원은 50여m를 뛰어 함정에 올랐다. 긴급 출항한 경비정은 방파제까지만 운항한 뒤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처럼 예고 없는 긴급 출항훈련은 이날에도 여러 차례 반복됐다.

 2함대 관계자는 “서해 최전방에 위치한 부대인 만큼 함정들은 30분 긴급 출항, 1시간 긴급 출항으로 임무를 나눠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부들은 목욕할 때도 휴대전화를 비닐에 싸 가지고 들어갈 정도다.

 핵안보정상회의와 천안함 폭침 2주기를 앞두고 이지스함(세종대왕함)과 초계함 등 함대 소속 함정들은 모두 해상경계와 북한 잠수함 탐색 작전에 투입됐다. 천안함과 같은 종류의 초계함인 영주함도 23일 오후 5시 출항했다. 홍정안 영주함장은 출항 전 “북한의 도발은 우리가 복수하고 응징할 수 있는 기회”라며 “우리 영해에 대한 도발 장소는 북한 함정들의 침몰 장소”라고 말했다.

 2함대는 북한에 대한 응징 분위기로 가득했다. 함정의 함교(조타실) 창문 옆에는 “전우를 건드리는 자 용서하지 않겠다”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부대 곳곳엔 “한 맺힌 전우 위해 한 없이 갚아주자” “되갚아주마, 복수는 백배 천배 만배로” “북한정권 3대 세습, 도발하면 3대 멸족”이라는 구호가 붙어 있다. 장병들은 출항에 앞서 육상에 전시돼 있는 천안함과 연평해전 전승기념비를 찾아 결의를 다진다고 한다. 악수를 할 땐 “싸우면 이긴다”를 크게 외치고 있다.

 정신력뿐 아니라 탐색장비도 충실해졌다. 2함대는 음향탐지 장비인 소나의 부품을 최신형으로 교체하고 레이더 관측을 하는 전탐(전자탐지) 간부와 병사도 두 배가량 늘렸다. 2함대 관계자는 “미국도 우주는 볼 수 있어도 물속은 볼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잠수함 탐지가 어렵지만 기필코 북한 잠수함을 찾아내 수장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함정에는 음향어뢰 회피장치(TACM)와 북한의 지대함 유도 미사일 기피장치를 갖췄다. 대잠수함 공격무기로는 구형 마크-44 어뢰 대신 명품 무기로 꼽히는 신형 ‘청상어’를 탑재했다. 잠수함에 대한 공격과 방어 능력을 모두 향상시킨 것이다.

 한편 북한 어뢰에 폭침당한 뒤 인양된 천안함의 선체는 현재 2함대 영내에 전시돼 일반인도 볼 수 있다. 23일 현재 35만 9521명이 찾았다. 전시장 인근 방명록엔 ‘천안함 46명의 용사와 고(故) 한주호 준위의 희생정신을 절대 헛되이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해군은 또 북한의 서해 도발과 희생자들의 유품을 전시한 ‘서해 수호관’을 개관해 안보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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