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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간인 사찰사건, 특검 생각해볼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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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이 대통령 측근의 권력형 비리인 ‘게이트’로 비화하고 있다. 이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관계자들이 블로그에 대통령 비판 게시물을 올린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를 사찰한 혐의로 2010년 기소된 사건이다. 그러다 2년여 만에 다시 살아나 당시 청와대가 증거 인멸을 주도했고, 이후 입막음용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사건의 몸통이 청와대라는 의혹이다.

 이 사건에 등장하는 의혹의 인물들은 모두 대통령 핵심 측근이다. 당시 증거인멸을 주도했던 인물로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에 이어 이영호 전 청와대고용노사비서관은 진작에 지목됐다. 그러다 추가 폭로에선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장석명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까지 등장했다. 임 전 실장은 이 사건으로 수감된 총리실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진경락 총괄지원과장에게 금일봉을 전달했고, 장 비서관은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을 통해 장 전 주무관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장 비서관은 장 전 주무관의 입을 막기 위해 5억, 10억원 제공 의사까지 밝힌 것으로 지목됐다. 그야말로 대통령 최측근 양대 라인인 영포라인(이영호)과 서울시라인(장석명)에다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총동원된 모양새다.

 이쯤 되니 이 사건은 단순한 민간인 사찰을 넘어 더 큰 무엇인가를 숨기려 했다는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당시 증거인멸 방식이 자료 삭제 정도가 아니라 컴퓨터 하드 자체를 파괴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미 김종익 전 대표가 다 폭로한 내용을 숨기기 위해 이렇게 철저하게 파괴를 해야 했느냐는 의문이다. 또 장 전 주무관이 받았다는 돈만 이번에 밝혀진 5000만원을 포함해 최 전 행정관이 전달한 변호사비 4000만원, 이영호 비서관이 준 2000만원 등 모두 1억1000만원에 달한다. 이 돈의 출처도 밝혀내야 할 문제다.

 일찌감치 국무총리실 단독범행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던 검찰은 잇따른 추가 폭로에 최근 재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권력형 비리를 다루는 대검 중앙수사부가 아니라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중심의 수사팀을 꾸렸다. 이에 사건 자체를 평범한 형사사건으로 축소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증거인멸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에 검찰에 수사 의지가 있겠느냐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이번에 지목된 청와대 관계자들이 모두 관련 혐의에 펄쩍 뛰며 부인하고, 검찰의 수사의지가 의심받고 있다 보니 벌써부터 특검이 수사에 나서 청와대와 검찰을 함께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의혹은 국기를 흔드는 게이트의 성격이 강하다. 이런 점에서 수사가 또 유야무야된다면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호미로든 가래로든 막을 수 없는 국면이다. 검찰이 수사에 자신이 없다면 특검을 도입해서라도 그 실체적 진실을 명백히 밝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