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전임자 임금 받게” … 노동 공약, 15년 전으로 후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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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분야는 전통적으로 여야의 정책이 엇갈리는 분야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사정이 다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새누리당은 2015년까지 상시·지속적 업무를 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민간부문의 경우 대기업을 대상으로 무기계약직(정년은 보장하되 임금·복지는 정규직과 달리하는 근로형태) 전환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도 공공부문 아웃소싱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전체 비정규직 비율을 현재 50%에서 25~30%로 줄이고, 정규직 대비 50%인 임금은 80%로 올리겠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종사자를 모두 공무원화하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 재정 부담이 큰 데다 공공기관 효율화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민간부문 비정규직 공약에 대한 우려도 많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입법을 통해 기업의 인력사용주권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라며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이인제 인천대(경제학과) 교수는 ‘정규직 전환 지원금’에 대해 “비용만 많이 들고 실효는 없는 사중손실(死重損失, deadweight loss) 위험이 크다”고 평가했다. 정규직으로 뽑을 사람까지 비정규직으로 뽑았다가 나중에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일명 노조법) 재개정 공약도 논란이다. 민주당은 19대 국회 개원하면 노조법에서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타임오프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조항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공약에 이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노사가 개선책을 마련하면 노동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타임오프제도 일반 근로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 노조법은 2010년 개정됐다. 1997년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13년 만이었다. 이를 2년 만에 원상태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현재 타임오프제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는 각각 97%, 93%의 도입·이행률을 기록 중이다. 고용부 권혁태 노사협력정책관은 “노조법 재개정은 역사를 되돌리자는 것”이라며 “노동 현장이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타임오프(Time-0ff)제=노조 전임자에게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제도. 노사교섭 등의 업무에 한해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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