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만㎡ 다시 습지로 우포늪 넓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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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봄비가 내린 16일 오전 경남 창녕군 유어면 세진리 세진 제방. 인적이 없어 조용한 제방을 따라가자 왼쪽으론 우포늪과 연결된 하천(토평천)이, 오른쪽에는 배수장이 나온다. 배수장 좌우로는 바둑판 같은 논이 널따랗게 펼쳐져 있다. 배수장 가까운 쪽 낮은 지대에는 농작물이 없지만 멀리 산 가까운 쪽과 오른쪽 논에는 양파·마늘이 파릇파릇 자라고 있다.

 배수장 좌우로 펼쳐진 논 19만㎡가 우포늪 복원 예정지다. 이 가운데 배수장 왼쪽 6만2000㎡를 환경부가 최근 ‘국가습지개선지역’으로 지정해 복원(1단계)을 승인했다. 이곳 논은 원래 2.5㎞가량 떨어진 낙동강과 연결된 늪(습지)이었는데 1930년대 일제 강점기 때 제방을 쌓아 논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제방 건너편은 모든 영농·건축행위 등을 할 수 없는 습지보호지역이다.

 경남도·창녕군은 오는 5월까지 1단계 복원 대상지의 논을 사들인다. 토지 매입비 19억원을 환경부가 지원하는 국가 차원의 복원사업이다. 이어 경남도는 10월까지 설계를 해 높은 곳의 흙을 걷어내는 등 습지 복원 공사에 들어가 내년 말 마무리할 계획이다. 원래 습지였던 농지를 다시 습지로 복원하는 것은 국내 처음이다. 허병찬 창녕 부군수는 “옛날엔 낙동강에서 소금·식량 등을 실은 배가 들어온 나루터가 인근에 있었다”며 “생태계를 원래대로 되돌려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복원 예정지에는 둠벙(물웅덩이)·비오톱(Biotope·인간과 동식물 등 다양한 생물종의 공동 서식장소)을 만들어 수생식물을 옮겨 심는 등 우포늪과 같은 생태계를 만든다. 또 복원지는 2008년부터 복원사업 중인 따오기(현재 13마리)가 쉴 수 있는 방사지(放飼地), 생태체험장, 탐방로 등이 있는 관광객 체험장과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애초 경남도는 세진리 일대 논 19만㎡를 복원 대상으로 잡았으나 사업비 159억원 가운데 토지 매입비가 57억원이나 들어 1단계 6만2000㎡, 2단계 12만8000㎡로 나눠 복원키로 했다. 주로 생태관광지로 활용될 2단계 사업은 예산을 확보해 2015년까지 추진한다.

◆우포늪=창녕군 유어면 대대·세진리의 우포늪, 이방면 안리의 목포늪과 옥천리의 쪽지벌, 대합면 소야·신당리의 사지포 등 4개 늪을 통틀어 우포늪이라 부른다. 1998년 3월 람사르습지로 등록됐으며, 99년 2월 환경부가 습지보호지역(면적 8.54㎢·854㏊)으로 지정했다. 약 1억4000만 년 전 생성(6000년 전 생성설도 있음)된 것으로 추정되며, 식물 488종, 어류 28종 등 동식물 662종이 서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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