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일본 고교야구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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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의 대학야구에 이어서, 이번에는 고교야구를 살펴 볼까 한다.

대학야구는 대학과 대학에 대결이라고 쓴 바 있지만, 한편으로는 대학과 관계 없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는 세계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학야구의 관객은 야구를 정말 즐기는 학생이나, 졸업생, 대학 주변 시민들 이외에는 사회적인 관심이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고교야구는 TV 시청률, 관객동원수, 사회적인 관심 등 모든 면에서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고교야구가 벌어지는 고시엔 구장(甲子園, 한신타이거스의 홈구장)에 찾아가는 관중은 프로야구 팬이나 야구 팬은 물론, 평소에는 야구와 인연이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까지도 포함된다. 일본에서의 고교야구는 하나의 야구 이벤트이기 보다는 전국민적인 이벤트에 가깝다.

먼저 고교야구 외면을부터 알아보자.

고교야구는 봄 대회와 여름 대회가 있는데, 여름 대회의 규모가 더 크고, 사회적인 관심도 많다. 여름 대회에 나올 수 있는 학교는 총 49개. 47도도부현(都道府縣)을 대표하는 학교들이다.(도쿄와 호카이도만 2팀이 출전한다.)

그런데 이 본선에 나오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가 있었던 지바현(千葉縣)의 경우는, 고교야구연맹에 등록한 학교만 175개가 있었다. 그중 한 학교만이 지바현 대표가 될 수 있다.

49지역에서 행해지는 예선을 통과해서 겨우 대표고가 될 수 있는 셈인데, 4,183학교 중에 49개교라는 것은 너무나 좁은 문이다. 단 1%에 불과한 비율을 뚫고 '꿈의 구장'인 고시엔구장에 갈 수 있는 것만으로 고등학교 선수들에게는 너무나 큰 영광이다.

7월말까지는 49개교를 뽑는 지역 예선전이 치뤄지고, 8월초부터 2주간에 걸쳐 고시엔 구장에서 일본 정상을 가려낸다.

그렇다면, 고교야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땀, 눈물, 감동, 순진함, 청춘, 열기, 영웅탄생, 명승부, 역사‥

그런 모두가 합해져 있는 것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당연히 프로야구가 야구계를 리드하고 있고, 관객들에게도 보기 좋다. 대학야구의 실력도 당연히 한단계 더 높다. 그러나 고교야구에는 그런 프로야구나 대학야구에 없는 매력이 있다. 프로야구는 하나의 흥행이기 때문에, 관객을 위해서 한다는 면이 강하다. 그에 비해 고교야구는 모교를 위해서 하는 것이기도 하고, 순수하게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올해 요미우리의 우승은 요미우리 신문 구독자 확대나, 요미우리와 연결된 백화점, 방송사의 이익 증대 처럼, 바로 돈으로 환산되는 것이다.

그에 비해 고교야구는 우승한다고 해도 돈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 기업이 이익을 얻는 것도 아니다. 고교야구는 단지, 고등학생들의 꿈의 대상일 뿐이고, 동경의 대상일 뿐이다. 사람들은 그런 고등학생들의 순수한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뜨거워진다.

실제로 고교야구가 개최되는 여름의 고시엔 구장에는 젊은 회사원들이나 학생보다는 중년 이상의 아저씨, 아주머니, 할아버지, 할머니를 흔히 볼 수 있다. 한여름의 고시엔 구장은 기온이 30도를 넘는데도 말이다. 이들은 그런 무더운 기온보다도 더 뜨거운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 곳을 찾는다.

참고로 99년 여름 대회 때의 하루 관객은 7만4000명. 이것이 10일 이상 연속된다. 멀리는 홋카이도나 오키나와에서 응원하러 오는 학생이나 졸업생도 많다.

승자는 물론 보기 좋지만, 패자도 마음을 뜨겁게한다. 시합에서 진 팀은 고시엔의 흙을 가지고 가는 습관이 있다. 이들은 다시 야구에 집중하기 위해 고시엔을 떠나도 그 흙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

다음은 고교야구의 대타를 살펴보면서 다시 한번 고교야구의 매력을 소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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