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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한 통만" 젊은 강북女 노려 대낮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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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 7일 오후 2시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서울시립대 앞 버스정류장. 20대의 김모(여)씨는 검은 오토바이를 탄 젊은 남자에게서 휴대전화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남자는 길가에 오토바이를 세운 뒤 “휴대전화 배터리가 떨어졌다. 전화 한 통만 쓰게 해 달라”고 말했다. 김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스마트폰을 건네줬지만 남자는 스마트폰을 든 채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났다.

 서울 강북 일대에서 ‘블랙 스파이더맨’과 꼭 닮은 행색의 스마트폰 절도가 잇따르고 있다. 20대 후반의 건장한 남성으로 보이는 범인은 딱 달라붙은 검은색 트레이닝 복장에 검은 헬멧을 착용하고 있다. 범행 시 타고 다니는 125㏄짜리 오토바이도 검은색이다. 일선 경찰서에서는 온통 검은색 일색인 범인의 모습을 영화 ‘스파이더맨3’의 주인공에 빗대 ‘블랙 스파이더’라는 별칭까지 붙였다.

이달 강북 일대에서 ‘블랙 스파이더’가 저지른 범죄만 총 5건. 종로구·성북구·동대문구·중구 등 강북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7일 하루에만 4건의 절도를 저질렀다. ‘블랙 스파이더’는 대낮에 스마트폰을 가진 젊은 여성을 목표로 삼았다. 고가의 스마트폰을 노린 표적 범죄다. 짙은 코팅이 된 헬멧을 착용해 피해자도 범인의 인상착의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혜화·동대문·중부·성북 경찰서에서 같은 수법의 ‘블랙 스파이더’ 절도가 잇따라 접수됨에 따라 이달 초 서울시내 전 지역의 경찰서와 일선 지구대에 ‘검은 오토바이를 타고 여성을 노리는 신종 스마트폰 절도를 주의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지역과 경기도 일대에서도 ‘블랙 스파이더’의 범행으로 보이는 사건이 접수돼 조사 중이다.

 경찰은 “범행 시 스스로 택배기사라고 한 점과 오토바이를 잘 탄다는 점, 검은색 복장을 하고 있는 점이 범인에 대한 단서의 전부”라고 말했다.

정원엽·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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