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아이폰 성공과 개방형 혁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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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서영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

아이폰의 성공신화는 제조사인 애플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명 ‘어플’ 또는 ‘앱’으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든 개발자의 열린 자세가 성공신화에 한몫했다.

 이들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기술을 개발해 누구나 쉽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사용자는 달리는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도 다양한 정보를 검색하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금융거래를 하는 등 스마트폰을 이용한 ‘스마트 라이프’를 즐긴다.

 혁신적인 기업의 대명사로 불리는 GE는 직원뿐 아니라 고객·외부 전문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새로운 사업에 접목해 환경·미디어 등 신규 사업분야에서 연 3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기업 내부와 외부 사이의 기술과 지식 공유를 촉진하는 개방형 혁신은 글로벌 기업에서 먼저 시작됐다. 개방화로 나라 간 국경이 무너지면서 글로벌 기업 간 기술개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기업 차원을 넘어 범국가적 화두로 떠오르며 많은 나라가 개방을 통한 기술혁신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정부에서도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을 통해 연구소·대학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공동 기술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장려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아직도 대·중소기업 간에 종래의 하도급형 R&D를 벗어나 협력형 R&D를 추진하는 사례는 미흡한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미래소재와 정보통신·의료기기 등 5개 산업분야별 신기술 정보공유 포럼을 개최해 대기업의 기술정보와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알려주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 올해는 연초부터 연구개발 신규참여를 희망하는 연구자 간 정보교환의 장을 마련해 기업 간 기술개발 컨소시엄 구성이 용이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협력을 위해 2월에 한국과 독일 기업 간 기술교류 워크숍을 독일에서 개최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핵심소재 기술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포스코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과 협력 중소·중견기업이, 독일 측에서는 BMW·폴크스바겐·다임러 벤츠 등 자동차 전문회사가 참석해 상호협력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정부는 올해 미국·유럽 등에서도 기술로드쇼를 개최해 글로벌 공동 기술개발을 위한 분위기 확산과 범위를 더욱더 넓혀나갈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과거 25%에 불과했던 중소기업에 대한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 지원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대·소기업 R&D에 대한 중소기업의 주관비율도 35%까지 상향시켜 나감으로써 중소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을 강화한다. R&D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식재산권에 대해서는 기여도에 따라 소유하게 함으로써 중소기업의 R&D 역량강화에도 힘쓸 것으로 기대된다.

 요즘 대기업은 각종 상생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있다. 최근 기업의 상생협력이 중시되는 분위기는 국내외 개방형 혁신 확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업 간 또는 연구자 간의 지식과 기술교류를 활발히 해 나가는 개방형 혁신의 무대는 막이 활짝 열려 있다. 전 산업분야에서 기술 로드맵의 공유와 소통 그리고 협력을 통해 그동안의 벽을 허물고 다 같이 비상하는 흑룡의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

서영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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