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
아이폰의 성공신화는 제조사인 애플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명 ‘어플’ 또는 ‘앱’으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든 개발자의 열린 자세가 성공신화에 한몫했다.
이들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기술을 개발해 누구나 쉽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사용자는 달리는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도 다양한 정보를 검색하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금융거래를 하는 등 스마트폰을 이용한 ‘스마트 라이프’를 즐긴다.
혁신적인 기업의 대명사로 불리는 GE는 직원뿐 아니라 고객·외부 전문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새로운 사업에 접목해 환경·미디어 등 신규 사업분야에서 연 3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기업 내부와 외부 사이의 기술과 지식 공유를 촉진하는 개방형 혁신은 글로벌 기업에서 먼저 시작됐다. 개방화로 나라 간 국경이 무너지면서 글로벌 기업 간 기술개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기업 차원을 넘어 범국가적 화두로 떠오르며 많은 나라가 개방을 통한 기술혁신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정부에서도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을 통해 연구소·대학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공동 기술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장려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아직도 대·중소기업 간에 종래의 하도급형 R&D를 벗어나 협력형 R&D를 추진하는 사례는 미흡한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미래소재와 정보통신·의료기기 등 5개 산업분야별 신기술 정보공유 포럼을 개최해 대기업의 기술정보와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알려주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 올해는 연초부터 연구개발 신규참여를 희망하는 연구자 간 정보교환의 장을 마련해 기업 간 기술개발 컨소시엄 구성이 용이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협력을 위해 2월에 한국과 독일 기업 간 기술교류 워크숍을 독일에서 개최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핵심소재 기술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포스코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과 협력 중소·중견기업이, 독일 측에서는 BMW·폴크스바겐·다임러 벤츠 등 자동차 전문회사가 참석해 상호협력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정부는 올해 미국·유럽 등에서도 기술로드쇼를 개최해 글로벌 공동 기술개발을 위한 분위기 확산과 범위를 더욱더 넓혀나갈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과거 25%에 불과했던 중소기업에 대한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 지원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대·소기업 R&D에 대한 중소기업의 주관비율도 35%까지 상향시켜 나감으로써 중소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을 강화한다. R&D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식재산권에 대해서는 기여도에 따라 소유하게 함으로써 중소기업의 R&D 역량강화에도 힘쓸 것으로 기대된다.
요즘 대기업은 각종 상생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있다. 최근 기업의 상생협력이 중시되는 분위기는 국내외 개방형 혁신 확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업 간 또는 연구자 간의 지식과 기술교류를 활발히 해 나가는 개방형 혁신의 무대는 막이 활짝 열려 있다. 전 산업분야에서 기술 로드맵의 공유와 소통 그리고 협력을 통해 그동안의 벽을 허물고 다 같이 비상하는 흑룡의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
서영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