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못지워" 자살한 송지선 아나 홈피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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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뉴스영상 캡처]

소중한 개인정보나 은밀한 사적인 내용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면 어떻게 할까? 심각한 인권 침해에 울분을 느끼시겠지만 어떻게 지워야할지 막막하다. 더 이상 이런 피해를 방치해선 안된다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다. JTBC가 15일 이를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방송 진행자로 인기를 끌었던 고(故) 송지선 아나운서는 프로야구 선수와의 스캔들로 괴로워하다 지난해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스캔들 이후 쏟아진 악의적 댓글과 비난에 힘겨워 했다. 10개월이 지났지만 당시 아픈 흔적이 인터넷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악의적 댓글도 그대로다. 가족들의 고통은 더욱 크다.

송 아나운서의 가족은 "홈페이지와 트위터를 없애 달라 요청했는데 아직까지 남아 있을 줄 몰랐다"며 "고인과 가족들을 위해 빨리 지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이 송 아나운서의 자살 직후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포털업체에 삭제해 달라 요청하자 이 업체는 "6개월 뒤 자동 삭제된다"고 했으나 아직까지 없어지지 않은 것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정정과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도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을 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삭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법적 장치는 잘 갖춰져 있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개인의 경우 정보가 얼마나 확산됐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확인되더라도 수 천, 수 만 개에 이르는 기록에 대해 일일이 요청해야 한다. 왜 삭제해야 하는지도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일반인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어떤 정치인은 인터넷 글을 삭제하는 전담 아르바이트생까지 둘 정도다.

윤종수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잊혀질 권리가 어떤 것을 대상으로 하고 어느 범위까지 허용되고 그 방법은 무엇인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고 그에 맞춰서 입법이나 법률 검토가 잇따라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지우고 싶은 자신의 정보를 삭제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바로 잊혀질 권리이다. 최근 사회적 관심이 부쩍 커지면서 관련 세미나도 열렸다.

잊혀질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그럴 경우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입장이 엇갈다. 보호해야 할 개인정보의 범위 등을 놓고도 논쟁이 벌어졌다.

강민구 한국정보법학회 회장은 "사용자들의 과거의 잘못된 기사라든지 개인의 어떤 소비자 데이터 주권 차원에서 개인이 관리 내지는 정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구태언 '행복마루' 변호사는 "개인의 정보 보호를 무제한으로 보장하게 되면 표현의 자유나 역사 활동, 그리고 경제활동과 충돌이 되게 된다"며 "이런 것들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노력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잊혀질 권리. 관련 업계와 학계, 법조계의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승현·윤유빈·성화선·서복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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