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휘발유 값 백날 올려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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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휘발유 값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출.퇴근시간대 서울 간선도로 교통량이 늘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황기연 박사).

"휘발유 값을 50% 올려도 승용차 이용자의 극히 일부(4~8.5%)가 대중교통수단으로 전환한다" (교통개발연구원 이상민 박사).

최근 열린 '고유가시대 교통정책 세미나' 에서 한 전문가는 "지난 20개월동안 휘발유 값은 계속 올랐고, 차량교통량도 늘었다" 고 발표했다.

혼잡통행료.주차료 인상도 마찬가지다. 금전 부담을 가중시키는 가격정책에 우리 운전자들이 꿈쩍도 안한다.

최근 영국.프랑스 운전자들은 폭동에 가까운 반발을 했다지만 우리 운전자들은 내라는 대로, 올리는 대로 낸다.

그러면서 막무가내로 승용차를 고집한다. 왜 그럴까.

교통개발원의 "대중교통수단 접근.대기시간을 50% 줄이면 승용차 이용자 중 9.5~19%가, 운행시간을 50% 줄여주면 30%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다" 는 연구결과에 숨은 뜻이 있다.

대중교통수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승용차를 타는 서민이 의외로 많다는 의미다. 이들에겐 휘발유 값 인상은 곧바로 고통으로 직결되지만 대안이 없다.

특히 기름값을 아끼려 LPG차량으로 바꾼 '순진한' 서민은 당국의 LPG값 대폭 인상 방침에 더욱 막막해 한다.

반대로 휘발유값 인상이 완전히 '남의 일' 인 승용차 이용자도 있다. 자기 돈이 아닌 회삿돈으로 기름을 넣는 법인용 차량들이다.

아예 집에서 쓸 차까지 법인용으로 구입해 정기적으로 기름값.보험료까지 대주기도 한다. 고급차에 전용 운전자까지 두는 이들에겐 휘발유값 인상은 '길이 확 터지는' 반가운 소식이다.

서울 차량교통량은 이래저래 가격정책으론 줄이기 힘들다. 더구나 사회적 형평(衡平)도 생각할 때다.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법인의 차량비 지출한도를 정해 초과하면 손금으로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정부 투자.출연기관의 차량보유를 크게 줄여야 한다.

더불어 개인도 소득에 따라 차량운영비용을 소득공제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소득수준에 걸맞은 공제원칙을 정하면 소득신고 투명화, 또 은닉소득을 찾는 방책도 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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