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빈 건물 옛 달성군청 … 주차장 만들어 7월에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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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대명동의 옛 달성군청 모습. 달성군이 새 청사를 지어 이전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2차례 매각을 추진했으나 팔리지 않았다. [홍권삼 기자]

대구시 대명동의 서부정류장에서 서쪽으로 200여m쯤 가면 왼쪽에 3층짜리 건물이 나타난다. 서부정류장 주변 상업지역의 건물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하지만 건물은 텅 비어 있다. 정문의 철문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건물 이름이 적힌 간판도 보이지 않는다. 안을 들여다보니 스티로폼 상자와 마대 등이 뒹굴고 있다. 건물은 페인트칠이 벗겨져 흉한 모습이다. 이는 옛 달성군청이다. 달성군이 2005년 4월 논공읍 금포리에 새 청사를 지어 옮긴 이후 옛 청사는 빈 건물로 남아 있다. 주민들은 “우중충한 군청 건물이 도심 미관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 상인들도 “청사 주변에 노점상과 불법주차 차량이 많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다 못한 달성군이 결단을 내렸다. 이곳을 주차장으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달성군 최승진 협력사업담당은 13일 “청사 주변의 주차난을 덜고 수입도 올릴 수 있어 청사 터를 주차장으로 활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군은 다음달 주차장 조성공사에 나선다. 부지 6197㎡에 들어선 지하 1층·지상 3층(연면적 6015㎡)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차량 200대를 댈 수 있는 주차장을 만든다. 군은 오는 7월께 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비는 5억원이다.

  주민들은 주차장 건설을 반기고 있다. 주민 김상용(48)씨는 “중심상업지역인 서부정류장 인근에 낡은 건물이 방치돼 보기 흉했다”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차를 대기도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사 주위에는 상가가 밀집한 데다 서부정류장과 전통시장인 관문시장도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다.

 군은 수익도 기대하고 있다. 하루 평균 500대가 주차할 경우(한 대당 3000원 기준) 연간 5억4000만원의 수입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관리비용을 빼더라도 3억원 정도의 재정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주차장을 만들기로 한 배경에는 청사 매각이 쉽지 않다는 점도 있다. 군은 새 청사로 이전한 직후 옛 청사를 팔기로 했다. 새 청사를 지을 때 빌린 건축비 39억6000만원을 갚지 못해서다. 부채 이자와 옛 청사 관리비로 연간 1억3000만원이 들었다. 2005년 3월 부지와 함께 179억원7900만원에 매각키로 했지만 유찰됐다.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12차례 매각공고를 냈지만 모두 유찰됐다. 군은 유찰된 후 여러 차례 수의계약을 추진했다. 하지만 업체들은 감정가격보다 20억원 이상 낮은 가격을 제시해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 청사의 감정가격은 152억8500만원으로 떨어졌다.

  김문오 달성군수는 “지금 매각하려면 감정가격보다 20억원 이상 싸게 팔아야 한다”며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기다리면서 수익도 낼 수 있는 방안이 주차장 조성”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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