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세종시 상가 텅비었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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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이럴 줄 알았다.당초 분양가가 상식선을 넘을 정도로 비싸 과연 투자수익율을 제대로 맞출 수 있을까 의문을 갖었다.

막대한 돈을 주고 분양받은 상가주인 입장에서는 적어도 투자금의 은행 이자 정도는 생각하고 월세를 받으려 할 것이지만 단지내 상가에서 얼마나 장사가 잘된다고 그 월세주고 임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당신 세종신도시 단지내 상가분양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을 때 상가임대 전문가 김인호씨의 회고담이다.

요즘 세종시 입주가 시작됐는데도 단지 내 상가가 텅 비어 생필품을 사야 하는 입주민들의 불편이 크다. 비싸게 분양받은 상가주인들이 투자비를 감안해 장사할 사람의 수지타산과 무관하게 월세를 높게 받으려 해 단지내 상가에 장사하러 들어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원래 대단위 개발사업은 초기 입주 때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게 일반적인 상황이지만 세종 신도시 상황은 여느 단지와는 좀 다른 것 같다. 근린생활시설 부족에 따른 입주민들의 불편함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상가 주인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월세를 팍 낮추지 않는 한 장사하러 들어올 사람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상가 분양가는 그 상가에서 어떤 장사를 해서 얼마의 수익이 나오는지를 따져 계산해 봐야 한다. 그러나 투기판이 벌어졌을 때는 이런 이성적 판단을 하지 않는다. 작전 세력들이 무조건 가격을 부풀려 팔고 나오는 전략에 순진한 일반 투자자들이 덜컹 거물에 걸려 생 고생을 하게 된다.

물 좋다는 분당,일산의 단지 상가도 그렇게 진행됐다.초기에 분양받아 투기열기가 살아있을 때 되팔고 빠져 나온 사람은 어느정도 돈을 벌었지만 나머지 실수요자들은 십수년 고생한 사람도 적지 않다.

세종시 얘기로 들어가보자   

입주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충남 세종시의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

세종시 투자 바람이 불면서 단지 내 상가가 비싼 값에 팔렸기 때문이다. 13일 현지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세종시 첫마을 1단계 아파트 내 상가 임대료는 보증금 5000만~1억원에 평균 월세 350만원을 호가(부르는 값)한다.

대로변 1층 상가의 경우 보증금 1억원에 월세를 500만원까지 부른다. 이는 상권이 탄탄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신도시의 정자·서현·야탑 상권 수준이다.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안민석 연구원은 “세종시 단지 내 상가 임대료는 수도권 주요 상권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인기 있는 상권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예정가격보다 비싸게 팔려

▲ 세종시 첫마을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가 텅 비어 있고 유리벽에는 임차인을 구하는 안내장들이 붙어 있다.

임대료가 비싸게 된 것은 상가 낙찰가격이 높아서다. 지금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한 세종시 단지 내 상가 215개 점포의 평균 낙찰가율(예정가격 대비 낙찰가 비율)이 170%에 이른다.

예정가격은 건설원가를 고려해 책정한 것으로 적정 가격보다 1.7배 비싸게 팔린 것이다.

지난해 6월 분양된 첫마을 1단계 아파트 A-1블록 상가 111호(전용 77.3㎡)는 예정가격보다 1.6배 높은 10억1268만원에 낙찰됐다. A-2블록 111호(전용 67.5㎡) 도 예정가(3억4216만원)의 3배에 가까운 9억680만원에 팔렸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높은 가격에 낙찰 받은 주인들이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임대료를 비싸게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싼 임대료 때문에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은행 출장소나 중개업소 몇 곳만 드문드문 눈에 띌 뿐 상가 대부분이 비었다.

상가114 장경철 이사는 “세탁소·슈퍼마켓 등 전통적인 단지 내 상가 입점 업종이 감당할 수 있는 임대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권 형성이 늦어지면서 입주민들은 당분간 생활에 적지 않은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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