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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 경에게 투자의 길을 묻다 ⑥ 시장이 비관적일 때 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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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금융위기라는 말에 익숙해져 산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위기가 지루하리만큼 계속되고 있다. 유럽발 소식들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고, 이 위기가 과연 언제 끝이 날지 알 길이 없다. 그리스·이탈리아·포르투갈 등 유럽 국가의 중요한 결정이 이어질 때마다 전 세계 주식시장이 출렁이며, 급락과 회복을 반복한다. 장기투자·분산투자의 원칙에 따라 이를 꾸준히 실천하려는 투자자의 확신을 흔들리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위기는 역사적으로 계속됐고, 시장은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사실이다.

 금융위기의 배경은 무엇일까. 인간의 본성, 즉 ‘탐욕과 공포’다. 단계별로 보면 내 수중의 돈이 아닌 다른 사람의 돈을 빌리기 시작한다. 이른바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투자가 확대되고 시장에는 상승 기운이 감돈다. 그리고 긍정적인 심리가 만연하면서 거품이 생긴다. 모두가 낙관론에 빠져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고 하면서. 그러나 결국 거품이 꺼지고 금융 시스템도 위기를 맞게 된다.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부문도 타격을 입는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상당한 자본을 증권화하고, 장기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시중에 자금이 확대된 게 원인이었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도 그 발단은 부채의 증가였고, 결국 거품이 붕괴되며 위기를 맞았다. 1929년 미국의 대공황,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14~19세기 프랑스·스페인의 국가부도 등도 비슷한 이유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결국 위기는 해결됐고 시장은 제 기능을 찾았다.

 위기 해결에는 많은 정책적 노력이 있었지만 특히 중앙은행이 ‘해결사’로서 한몫을 했다. 1668년 스웨덴에서 시작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중앙은행은 위기 속에서 탄생했고 위기와 함께 진화했다.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는 리먼 사태 이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시장을 안정시켰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은행도 유동성 공급과 금리 상향 조정 등으로 시장 안정화에 주력했다. 최근 유럽중앙은행은 아일랜드·그리스 등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방안 등으로 큰 불을 껐다.

정부의 돈을 관리하는 ‘정부의 은행’ ‘화폐를 발행하는 은행’ ‘은행의 은행’으로서의 기능을 하는 게 중앙은행이다. 중앙은행은 금융시장의 기능이 향상되면서 발전을 거듭했다. 금리와 통화량을 조절해 물가를 안정시키거나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한다. 외화정책을 실시하고 외화 자산을 운용해 대외 경제 상황에 대처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급결제제도를 운용·관리해 효율적인 통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

 금융시장은 앞으로도 등락을 거듭할 것이고, 몇 차례가 될지 모를 위기를 더 경험할 것이다. 하지만 효율적인 시장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지금도 많은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위기를 넘어서면 경기가 회복되고, 경기가 회복되면 증시가 상승한다. 템플턴 경의 대표적인 투자자를 위한 조언 중 “영원한 것은 없다” “시장이 비관적일 때 사라”는 말이 있다. 아직 비관적인 전망이 주를 이루지만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이 영원할 리는 없다. 역사의 교훈에 따르면 우리 앞에는 결국 또 다른 도약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좀 더 여유를 갖고, 보다 큰 그림에서, 멀리 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한 때다.

안철민 프랭클린템플턴아카데미 투자교육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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