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행패냐"北직원, 南 女의원 밀쳐 손목 다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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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한 유엔 인권이사회(UNHRC) 회의장에서 12일(현지시간) 새누리당 안형환 의원(왼쪽 옆 얼굴)이 서세평 북한대사(오른쪽에서 둘째)에게 다가서자 유엔 경비들이 제지하고 있다. 안 의원은 서 대사 등을 향해 “탈북자를 탄압하지 말라”고 외쳤다. [KBS 방송화면 캡처]
다루스만 보고관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 국회 대표단과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대사 사이에 충돌이 빚어졌다. 유엔 유럽본부 인권이사회(UNHRC) 회의장에서다.

 이날 충돌은 마르주키 다루스만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이 오전 10시30분쯤부터 각국 대표 500여 명에게 북한 인권 상황을 보고한 뒤 서세평 북한대사가 반박 발언을 하고 회의장을 떠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은 탈북자들이 북송돼 수용소에서 강제노역을 당하는 등 혹독한 처벌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 대사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날조한 중상모략”이라고 발언한 뒤 퇴장하려 했다. 이때 새누리당 북한 인권위원장인 이은재 의원과 같은 당 안형환 의원,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등은 서 대사를 에워싼 채 항의했다. 안 의원은 “탈북자를 탄압하지 말라”고 외쳤다. 박 의원은 “북송은 안 돼. 사람을 죽음의 골짜기로 몰아넣고…”라고 소리쳤다.

 서 대사 주변에 있던 북한 대표부 직원들은 “어디서 행패냐”라며 의원들을 밀쳐냈다. 이 의원은 바닥에 넘어져 손목을 다쳤다. 안 의원과 이 의원은 서 대사의 팔을 붙잡는 ‘신체적 위협’을 가했다는 이유로 유엔 경비에게 붙잡혀 강제 퇴장을 당했다.

안 의원은 인권이사회 회의실 입구에 격리된 상태에서도 “탈북자를 살립시다(Save North Korean refugee)”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서 대사는 유엔 경비의 보호를 받으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UNHRC에서 박상기 주제네바 한국 대표부 대사는 탈북자 보호 등을 요구하는 발언을 했다. 중국 대표단 대표는 그러나 탈북자 문제에 대해 “난민이 아니라 불법 월경자다. 우리는 국제법과 국내법에 따라 신중히 처리하고 있다”고 종전 주장을 되풀이했다. 한국 국회 대표단은 이날 오후 주제네바 미국 대사관에서 로버트 킹 미 대북 인권특사를 면담했다. 박선영 의원은 이날 현지에서 “북한이 이달 들어 북한에 살고 있는 탈북자 가족들을 대거 잡아들이고 있다”며 “탈북자 가족은 집과 가까운 정치범 수용소 20곳에 분산 수용된 것으로 안다.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는 않지만 100명에 이른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얼마 전에는 북한 당국이 함경북도에 있는 탈북자 가족을 잡아가다 3살짜리 아이를 때려 숨지게 했다”고도 했다.

 한편 다루스만 보고관은 이날 탈북자 문제에 대해 “수많은 탈북자들이(asylum-seekers) 이웃 국가(neighbouring country)에 의해 북한으로 강제적으로 보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루스만이 지칭한 ‘이웃 국가’는 중국을 가리킨다.

 다루스만은 이날 제출한 ‘북한 인권 상황 보고서’에서 “지난해 북한의 국경 경비가 삼엄해졌으며 북한 당국이 국경 경비 병력들에게 탈북자에 대한 총격을 명령했다”고 소개했다. 최익재·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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