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을 ‘따뜻하게’ 보낸 정당은 여당인 새누리당이 아닌 민주통합당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8일 발표한 국회의원 후원금 내역에 따르면 상위 10명 중 절반 이상(6명)이 민주통합당이었다. 상위 20명까지 범위를 넓혀도 민주통합당 의원이 과반(11명)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은 상위 20위 안에 7명만 포함됐다. 의원 비율(새누리당 173명, 민주통합당 89명)을 감안하면 ‘후원금 여소야대’ 현상이 뚜렷하다고 할 수 있다.
2010년에는 후원금 상위 20명 가운데 새누리당이 16명을 차지한 반면 민주통합당은 4명뿐이었다. 정치권을 향한 돈의 줄기가 방향을 확 바꾼 것이다.
4·11 총선에서 유리할 것으로 전망되는 쪽으로 후원금이 더 많이 몰렸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가장 많은 금액을 모금한 사람은 민주통합당 박영선 최고위원(2억1330만원)이었다. 박 최고위원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당시 시민단체 후보였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경선을 치렀고, 올해 1월에 있었던 당 지도부 경선에 나서 3위를 했다. 두 개의 선거를 치르면서 후원금을 많이 모으게 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의원 중에는 박근혜계 의원들이 상위에 랭크됐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유정복(1억8187만원) 의원이 당내 1위(전체 2위)를 차지했다. 박 비대위원장의 대변인 역할을 했던 이정현 의원(1억5944만원)도 12위로 비례대표로선 유일하게 20위 안에 들었다.
대권주자로 꼽히는 의원들 중에도 1위는 민주통합당 정동영 상임고문(1억5062만원)이었다. 정 고문에게 300만원 이상의 고액을 후원한 사람은 모두 20명이었다. 최근 민주통합당 서울 강서갑 공천을 신청했다가 낙천한 김영권 서울한의사협회회장(500만원)과 문맹열 태광정밀 대표(500만원) 등이 한도를 꽉 채워 기부했다. 이어 민주통합당 정세균 상임고문이 1억5027만원, 손학규 상임고문이 1억5015만원을 모금했다. 2010년도 후원금 모금액 2위를 차지했던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억4929만원을 모금하는 데 그쳤다. 새누리당 홍준표 전 대표(1억4965만원)보다 적은 5위였다. 박 비대위원장에게 고액을 후원한 사람은 14명으로 조카사위인 박영우 대유신소재 회장(500만원)과 조카 한유진씨(500만원), 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 모임인 ‘상청회’의 김삼천 회장(500만원) 등이다. 박 비대위원장에게 2008년, 2010년 500만원을 후원했던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명단에서 빠졌다.
‘부자’ 정치인들은 후원금을 적극적으로 모으지 않았다. 빙그레 회장 출신인 김호연 의원은 1119만원, 현대중공업그룹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은 1789만원에 그쳤다.
김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