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비판했던 노동계…탈북자 보호 나서는 건 당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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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이 나서지 않으면 우리가 탈북자 북송에 반대하는 노동계 목소리를 모을 겁니다.”

 노동계에선 처음으로 탈북자 북송 저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낸 한국철도산업노조의 김현중(55·사진) 위원장은 8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탈북자의 북송을 막는 데 좌·우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본지 3월 8일자 8면> 그러면서 “북한에 대해 비판적으로 얘기하면 보수나 수구로 비춰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노동계 대부분이 탈북자 문제에 입을 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에서 탈북자 북송 문제를 제기한 건 처음이다.

 “노조 활동의 근본은 인권 존중이다. 인간의 기본권을 지키는 차원에서 보면 탈북자 문제를 노동계 현안이 아니라고 무시할 수는 없다. 과거 노동계가 독재 정권을 비판하는 데 앞장섰듯 탈북자 인권 보호에도 나서야 한다.”

-하지만 노동계 대부분은 탈북자 문제에 입을 닫고 있다.

 “노동계가 최근 총선이다 뭐다 해서 정신이 없는데 탈북자 문제는 더 중요하다. 한국노총도 인도주의 입장에서 탈북자 문제에 힘을 써야 한다. 한국노총이 안 나서면 우리라도 나서서 불을 지필 것이다.”

-왜 노동계는 탈북자 문제에 대해 침묵하나.

 “북한 비판과 보수·수구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계가 언급을 꺼린다. 하지만 노동계는 진짜 진보 운동의 지향점이 뭔지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동참 의사를 밝힌 노조는 없나.

 “아직 본격적으로 접촉하지 않았다. 한국노총 소속 자동차노련 등 운수 분야 산별노조부터 설득할 생각이다. 탈북자 북송 저지는 좌냐 우냐를 따질 일이 아니다. ”

-노동계가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는 상황은 어떻게 보나.

 “국내 정치에 노동계 입장을 대변할 정책정당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노동법 개정 등을 위해 정치에 개입하려는 의도는 이해한다. 하지만 특정 정당에 깊숙이 개입하기보다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영향력을 발휘해 노동계 목소리를 반영토록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노총의 정광호 대변인은 이날 탈북자 문제와 관련,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며 “노총 활동은 노동과 직접 관련된 부분이 중심이며 모든 사회적 문제에 대해 입장 표명이 필수불가결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상화 기자

◆한국철도산업노조=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그 자회사(코레일유통·코레일네트워크·코레일공항철도 등), 열차 청소용역업체인 향우산업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 4000여 명으로 구성된 산별노조. 2004년 결성됐으며 한국노총 소속이다. 코레일 소속 근로자들로만 조직된 전국철도노동조합(민주노총 소속)과는 별개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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